서울에서 열린 86아시안 경기대회 복싱 플라이급 결승전에서 상대를 다운시킨 김광선이 두 주먹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MBC ESPN
고단하고 짜증나는 현실 때문일까. 최근 위성·케이블 채널에는 70, 80년대를 중심으로 한 과거 프로그램과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추억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해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전문 MBC ESPN의 ‘추억의 한국야구’(일 오후 9시).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원년까지 20여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프로그램에선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 및 박철순 장명부 김유동 등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야구 팀과 빅스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출범 원년부터 TV 해설을 해 온 해설가 이호헌씨가 숨겨진 에피소드, 선수들의 습관과 징크스를 곁들인다.
또 같은 채널 ‘추억의 한국복싱’(일 오후 7시)에선 한국이 전 체급 결승에 올랐던 86아시안 경기대회와 금메달을 딴 88서울올림픽 2개 체급 경기들과 함께 홍수환 유명우 김태식 박종팔 유제두 백인철 등 국내 유명 선수들의 빅 매치가 소개된다. 82, 86년 아시안게임 2연패에 빛나는 이해정 선수가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권투와 무관한 종합병원 원무과에 재직 중이라는 것과 문성길 선수가 타이틀전에서 사기를 당해 대전료를 받지 못했던 사실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함께 소개된다.
다큐멘터리 전문 히스토리 채널의 ‘다시 보는 호외’(목 밤 12시)는 70, 80년대를 중심으로 굵직한 사건과 그 뒷이야기를 되짚는다. 다음 달 1일과 4일 재방송되는 ‘호외, 어둠에 노래를 빼앗기다’ 편은 1975년 가요규제조치와 가요계 대마초 파동을 다룬다. 당시 포크의 중심이었던 양희은 송창식 이정선과 함께 신중현 한대수가 참담했던 규제 상황과 날개 꺾인 가요 창작자들의 심정을 전한다. ‘북한을 이겨라-중앙정보부 양지축구단’ ‘국산자동차의 기적, 포니 수출’ 등이 연이어 방송된다.
여성 전문 동아TV는 1948년부터 1971년까지 미국인들의 안방을 점령했던 인기 쇼 프로그램 ‘에드설리반쇼’(목금 오후 2·40)를 방영한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마마앤 파파스’ ‘도어스’ ‘롤링스톤스’를 비롯해 ‘잭슨 파이브’ 시절의 마이클 잭슨 등을 볼 수 있다.
영화전문 무비플러스의 ‘시네마투데이’(금 밤 11시)의 ‘야메무비’ 코너는 과거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특한 ‘B급 영화’를 발굴해 소개한다. 곽재용 박찬욱 등 지금은 일류 감독이 된 영화인들이 악당 보스 등으로 단발 출연했던 ‘숨기고 싶은’ 과거를 보여주기도 한다. 옷이 완전히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줄거리가 진행되는 영화에서부터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도한 생략과 편집의 문제가 드러난 영화 등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영화들만을 발췌해 소개하기도 한다. 6일에는 ‘대사만 많고 정작 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없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