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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황재성/총선…선심…땅값

입력 | 2004-01-29 18:38:00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잇따르고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부동산도 예외는 아닌 듯싶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책 기조는 시장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그 같은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정도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잇따라 토지 이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관광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자연보전권역의 입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토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부처별 개별법에 산재해 있는 토지 규제를 전면 검토해 국토계획법 체계로 일원화하는 등 상반기 중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했다.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이달 중순에 “도시인의 농지 소유한도를 늘리고 농지전용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농지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건설교통부도 산업단지 최소 면적기준을 현행 ‘15만m²(약 4만5375평) 이상’에서 ‘3만m²(9075평)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하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 시행령 및 지침 개정안’을 상반기 중 마련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 조치들은 각기 일자리 창출과 기업 경영 활성화 지원,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용 가능한 토지를 적절히 공급해 줘야 장기적으로 땅값 안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토지관련 규제를 동시다발적으로 한꺼번에 풀다가는 자칫 ‘땅값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을 빠져 나와 토지로 몰리는 조짐이 뚜렷한 시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도 매우 적절치 않다.

작년 한 해 한국 사회 전체를 쥐고 흔들던 집값대란의 악몽을 잊었는가?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