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고니
설 연휴를 동장군(冬將軍) 때문에 망쳤다면 이번 주말을 기대해도 좋다. 기상청이 유례없이 포근한 날씨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뤄 뒀던 눈썰매장을 가거나 박물관 견학도 좋지만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자연 속에서 자녀와 손을 잡고 걷는 것도 좋을 듯싶다. 물이 흐르고 철새가 노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
수도권의 최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도래지인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을 28일 오후 생태사진작가인 서정화(徐正和·41)씨와 함께 돌아봤다.
1985년부터 팔당대교 인근에서 철새 사진을 찍어온 서씨는 “큰고니의 개체수가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 20마리 안팎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8마리가 관찰됐고 올해는 160여마리까지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것.
팔당대교 부근은 인근에 팔당댐이 있어 수온이 비교적 높고 물의 흐름이 빨라 한파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 철새 서식지로 안성맞춤인 셈. 또 수심이 얕고 수초(水草)가 많은 것도 철새가 몰려드는 이유라고 서씨는 설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정확하게 개체수를 셀 수 있을까.
“큰고니는 거의 움직이지 않아요. 하루에 1, 2번밖에 날지 않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팔당대교를 경계로 좌우측 300∼400m 거리의 모래섬에 80여 마리씩 모여 있다.
큰고니에 대한 상식 하나. 큰고니는 어미 새와 새끼 새의 크기가 비슷하다. 그러나 누구나 쉽게 어미와 새끼를 구분할 수 있다. 흰색은 어미, 회색은 새끼이기 때문.
팔당대교 인근에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시베리아 등지에서 25종의 철새 2000∼4000마리가 날아온다.
한강 밤섬의 철새는 육안으로 보기 힘들고 한강 하류 쪽은 접근이 쉽지 않다. 하지만 팔당대교 인근은 갈대숲 사이로 난 산책로와 물가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에서 육안으로 쉽게 철새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관찰하려면 쌍안경이 필수. 오전 8∼11시나 오후 3∼5시경에 찾으면 더욱 좋다. 오전에는 먹이를 찾는 철새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고 오후엔 군락을 지어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팔당대교 서쪽 600여평 규모의 사구(砂丘)에 거의 매일 앉아 있는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를 관찰하는 것도 빼놓지 말자.
육안으로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쌍안경을 이용하면 또렷이 보인다. 28일에는 참수리 1마리만이 앉아 있었지만 지난주에 참수리 2마리와 흰꼬리수리 6마리가 목격됐다고 서씨는 말했다.
이곳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오리다. 비오리와 흰비오리, 청둥오리 등 15종의 오리를 관찰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황조롱이(천연기념물 제323호)와 매도 볼 수 있다고 서씨는 귀띔했다.
5.5km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나무고아원과 미사리 조정경기장 뒤편에 마련된 솟대길도 가볼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차공간이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은 것. 이곳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철새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부착하면 좋을 것이라고 서씨는 제안했다.
하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