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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중단… 재개… 중단… 또 재개

입력 | 2004-01-29 19:02:00


서울고등법원이 29일 새만금 간척사업에 내려졌던 집행정지 결정을 전격 취소함에 따라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던 이 사업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물론 이번 결정이 직접적으로 사업 추진을 담보하거나 공정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업의 당위성을 사법부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상반기 중 있을 서울행정법원의 본안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업 주체인 농림부는 기대하고 있다.

▽공사 추진에 힘 실렸다=새만금 간척사업은 13년째 중단과 재개를 거듭했다. 1991년 11월 착공했지만 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이 불거지면서 사업 백지화 논란이 일었다. 99년 사업이 중단된 뒤 우여곡절 끝에 2001년 재개됐지만 지난해 7월 서울행정법원이 공사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또 다시 중단된 뒤 방조제 보강공사만 진행돼 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경단체들과 보강공사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농림부에서는 방조제가 바닷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공사라고 밝힌 반면 환경단체들은 방조제를 더 쌓기 위한 전진(前進)공사라며 강력히 반발한 것.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런 논란은 곧바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가 공사 집행정지 결정을 뒤집어 환경단체들이 반발할 근거를 없앴기 때문.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새만금 사업 추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원래 공정상 문제가 된 방조제 추가 물막이 공사가 내년 11월로 예정돼 있어 1심에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공정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서병훈(徐丙焄) 농림부 농촌개발국장은 “보강공사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제기한 고소 고발건이 남아 있지만 법원에서 사실상 공사 재개 결정을 내린 만큼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고법이 새만금 공사를 중지하면 공공이익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농림부의 손을 들어준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농림부는 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사법부의 시각이 앞으로 있을 본안 소송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직 우려도 남아 있다=그러나 새만금 공사가 원만하게 추진될 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올 상반기 중 선고가 예상되는 본안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

물론 서울행정법원이 본안에서 원고(환경단체 등)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서울고법 판단에 따라 집행정지 결정을 하지 않으면 공사는 일단 계속 진행된다. 하지만 만약 서울고법과 다른 해석을 내놓거나 새만금 사업인가 처분 자체에 대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 공사는 다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서울고법이 이번에 공사재개 결정을 내리면서 “본안 승소 가능성은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한 판단과 본안에 대한 판단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북도 환영, 환경단체 반발=전북도는 “새만금 사업 지속 추진에 대한 당위성을 대외적 사법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일시 중단됐던 공사가 재개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전북도 한계수(韓桂洙) 정무부지사는 “이번 결정을 국책사업에 대해 만전을 기해 추진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이겠다”며 “친환경적인 순차개발 방식으로 세부 사업들을 착실히 진행시켜 새만금을 환황해권과 전북 경제발전의 중심지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주환경운동연합은 “해양 생태계 파괴와 수질 오염의 심각성을 법원이 고려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환경 피해 문제와 여건이 개선되거나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농지조성을 위한 새만금 사업은 시대착오적인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