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建平)씨의 처남인 민경찬씨(44·김포 푸른솔병원장·사진)가 어떻게 650억원이라는 거금을 모았고 투자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민경찬 펀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위법 여부는 고사하고 민씨가 실제 투자자금을 모았는지에 대한 사실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모았나=민씨는 29일 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다른 영향력을 사용해 돈을 모았다면 수조원은 더 모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친인척임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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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점이 투자자금 모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씨 자신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내가 하면 안 될 것도 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씨와 친분이 있는 한 시장 관계자는 “민씨가 과거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자금을 끌어 모으는 전문가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업자들이 민씨의 병원이 망하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시장 관계자는 “30억원 규모의 사모(私募)펀드를 만드는 데도 3∼4개월이 걸리는데 두 달 만에 650억원을 모았다는 것은 어쨌든지 놀라운 자금 동원력”이라고 밝혔다.
▽누가 투자했나=민씨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감원은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전화를 걸어오는 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화를 걸어오는 투자자는 없다.
신해용(申海容)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이 같은 사건이 터지면 투자자들이 전화로 문의를 해 온다”며 “전화가 없는 것을 보면 투자 사실 자체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투자자이거나 아직 투자자금이 모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최근에 저금리이고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가운데 주상복합 등 부동산에 투자해 떼돈을 번 사람들이 또다시 이 돈을 튀길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자들에겐 민씨 같은 인물의 소문이 빨리 퍼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벤처투자가 극히 부진하기 때문에 민씨가 하려는 사업은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부동산개발사업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당받는 ‘계좌 시행’이라는 사업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위법 여부 논란=금감원은 현재 민씨가 회사를 설립하지 않은 채 투자자와 사적인 계약을 하고 투자자금만 모아놓은 상태로 ‘투자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현 단계에서는 민씨가 투자계약서상에 원금 보장과 과도한 수익을 내걸었을 경우 유사수신행위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앞으로 실제 어떤 투자 형태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신 국장은 “벤처캐피털, 뮤추얼펀드, 부동산개발회사 등 어떤 투자업종을 택하든 모은 자금을 갖고 회사를 등기한 뒤 금감원, 중소기업청, 건설교통부 등에 등록을 하면 큰 문제가 없으며 민씨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