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고구려역사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 창립총회가 열렸다.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에 맞서 고구려 역사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기 위해 설립된 문화재단에는 25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고구려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 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소설가 박완서(朴婉緖·73·사진)씨. 박씨는 이날 문화재단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박씨는 “나이든 사람이라 이런 직책을 맡긴 것 같다”며 “앞으로 고구려 역사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문화재단의 발기인으로 가장 먼저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고구려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 문화재단 안승남(安昇男) 사무국장의 설명.
박씨와 고구려의 인연은 그가 1998년 아차산 아래 경기 구리시 아천동 아치울마을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아차산은 고구려 남진정책의 상징적 유물인 보루성(堡壘城) 15개가 발견되고 철기와 토기 등 고구려 유물 1500여점이 무더기로 출토된 남한의 최대 고구려 유적지다.
박씨는 “처음 아치울마을로 이사를 왔을 때 아차산에서 유물 발굴작업이 한창이었다”며 “고구려벽화 속에서나 봤던 유물들을 직접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문화재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이화(李離和) 역사문제연구소 고문과 이웃사촌인 것도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박씨는 “아차산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면 마치 아름다운 성(城)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라며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외교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단은 첫 사업으로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현 퉁거우(通溝)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나 장수왕릉으로 추정되는 장군총의 사진을 넣은 고구려 우표를 발행해 줄 것을 2일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구리=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