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이라는 ID를 이용하는 한 대학원생은 최근 시민프라이버시센터(www.privacy.or.kr)에 인터넷주소(IP) 추적 피해를 호소했다.
기숙사비 인상을 반대하는 의견을 기숙사 게시판에 올렸다가 IP를 추적한 학교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것. 그는 “개개인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학교측에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지방의 한 학교법인은 교사들의 e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 송수신 기록을 감시하다 민주노총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에 따르면 이 학교는 쉬는 시간에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 교사에 대해 감봉조치, 메신저로 남편과 채팅을 한 여교사에게는 견책조치를 내렸다. 자신의 PC에서 감시프로그램을 지운 교사는 파면됐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아닌 단체나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도 위험 수위다.
국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의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풍토이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통신비밀이 마구 다뤄지고 있는 것.
부산에 사는 박모씨(50)는 통신업체의 신상정보 무단 사용으로 금전적인 피해까지 본 사례. 자신의 통장에서 쓰지도 않은 ‘초고속인터넷’ 사용료가 5개월간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던 것. 사실 확인 결과 전혀 모르는 제3자가 그의 이름으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큰 문제는 통신업체의 관행상 박씨 같은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모집업체들은 주요 통신업체의 가입자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특정 업체 가입자에게 다른 업체의 요금까지 청구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비스나 판매업체의 고객정보 남용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관련법에는 규제조항이 없어 대형 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은 “국가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정보를 자의적으로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