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9일 ‘인구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주요 내용은 정부가 영세사업장 여성 근로자의 산전·산후휴가 급여를 떠맡고 육아휴직 후 복직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번 정부 방침은 재원(財源) 마련이나 기업 부담 등을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맞벌이 부부로서는 적극 환영할 만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배경이 육아 부담으로 인한 출산율 저하라면 초등학교 교육에 대한 점검도 포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모 회사의 여자 대리가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자녀 뒷바라지 때문에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10년 넘게 직장에 다니면서 자녀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숱하게 했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만 가면 엄마 손을 덜 탈 것이라는 희망 하나로 버텨 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사정이 더 악화됐습니다. 교실 미화, 학부모 모임, 급식 도우미 등의 이유로 엄마가 월차를 내고 학교에 가야 할 일이 유치원 때보다 더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급식 도우미를 대신할 파출부를 동원하기도 했지만 눈치가 보여 그나마도 포기했습니다.
교재비 이외에 학교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가 자녀 학교에 자주 들러 교육 환경을 점검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정부까지 나서서 육아 부담을 줄이자는 마당에 초등학교의 교육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초등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인격 형성에서 교사들의 영향력이 아주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부모들은 학교의 ‘부름’에 순순히 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출산 장려나 사교육비 경감 방안 등도 중요하지만 직장 여성들을 집에서 절망하게 하는 초등학교의 교육 현실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고기정 경제부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