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관문인 북구 중흥동 광주역 광장 앞에 조성된 교통섬에는 아담한 소나무 숲이 있다.
삭막한 도시를 푸르게 가꾸기 위해 광주시가 지난해 봄 강원도에서 가져온 소나무 66주를 심은 것.
‘도심 속의 낙락장송’으로 유명한 이 소나무 숲에 최근 까치 한 쌍이 둥지를 틀어 화제다.
시민들은 소나무가 자동차 매연과 소음 등을 견뎌내고 잘 자라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새해 들어 길조인 까치까지 날아든 것은 좋은 징조라며 반기고 있다.
이 곳에 심어진 소나무는 40∼50년생 춘향목으로 표피가 붉고 줄기가 길고 가늘어 고급 조경수로 인기가 높은 수종이다. 까치가 집을 지은 위치는 광주역 앞 정문 좌측에 있는 12m 높이의 소나무.
이두표 호남대 조류학과 교수는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 먹이가 충분한데다 수목의 상태가 좋아 높은 곳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는 까치가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심에 새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광주역 등 10곳에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교통섬을 조성하고 그 곳에 소나무를 심은 시는 올해도 광주 서구 농성동 지하도 부근 등 9곳에 14억원을 들여 소나무 숲을 만들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국의 몇몇 대도시에서 도심 속에 소나무 숲을 조성했지만 이 처럼 새가 둥지를 튼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소나무가 잘 자라도록 병해충 방제 약품을 살포하고 수시로 생육상태를 점검하는 등 정성껏 가꾸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