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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북한 정치범 화학무기 생체실험에 이용"

입력 | 2004-02-02 11:24:00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된 부녀자와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화학무기 생체실험을 실시했으며 실험 대상자들은 실험 현장에서 비참하게 죽어갔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1일 보도했다.

BBC 방송은 이날 오후 9시(현지시각)에 전국 방송인 `BBC 투'의 `악에 접근하다'(Access to Evil)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자행된 고문과 가스실 처형, 독극물 살해 등 잔혹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문서와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북한 현지 취재와 남한과 미국의 탈북자 및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에서 BBC는 지난 99년 베이징(北京) 주재 북한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다 귀순한 권혁씨에게서 북한의 가스실 생체실험에 관한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93년 러시아 접경 횡용에 있는 제 22 수용소 경비대장이었던 권씨는 종이 위에 가스실의 구조를 자세히 그려가면서 생체실험이 진행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권씨는 과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면이 유리로 된 가스실 안에서 한 가족이 처형을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부모와 어린 아들, 딸이 가스실에서 처형됐다. 부모는 구토를 하며 죽어가면서도 아이들을 살리려고 아이들의 입에 숨을 불어 넣었다. 그 장면을 보고 이런 죄인들에게도 저런 인간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권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북한 사정이 나쁜 것,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이들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으므로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불쌍하다거나 동점감은 없었다."

권씨는 이와 함께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매일 고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분이 나쁘면 시비를 걸어 고문을 했다. 수감자들은 개나 돼지 같이 취급됐다. 그들은 아무 때고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권씨가 스스로 고문을 즐겼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처음 3년간은 좋아서 고문을 한다. 그러다 시들해지면 후임자가 와서 다시 고문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해 지금은 미국에 거주하는 이순옥씨는 독극물을 이용한 생체실험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이 경비원에게 명령을 받고 지급한 절인 배추를 먹은 50명의 건강한 부녀자들이 갑자기 검은 피를 토하며 뒹굴다 2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사망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고 말했다.

"아이구 배야, 사람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검은 피를 마구 토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피를 토하는 것읕 처음 보았다. 지옥 같았다. 20분이 될까말까 한 사이에 50명이 다 죽었다"는 것이 이순옥씨의 증언이다.

북한 수용소에서 정치범들이 고문을 당하고 화학무기 실험용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으나 북한 당국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고 국제 인권단체들도 구체적인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BBC 방송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올렌카 프렌키엘 기자가 피납탈북인권연대 고문 김상헌씨를 통해 최초의 `물적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관서'란 제목이 붙은 이 문서에 생체실험의 희생자가 된 사람의 이름, 생년월일 등과 함께 "위의 사람을 화학무기 생체실험대상으로 제22 정치범 수용소로 이관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프렌키엘 기자는 런던의 북한 전문가에게 이 문서의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진본이 아니라고 볼 이유가 없다는 말을 들었으며 권혁씨도 "실험장소로 호송할 때 이관서를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면에 비친 이관서에는 한 쪽에는 `절대비밀'이라는 글씨가 있었으며 오른쪽 상단에는 `국가보위부 문서'라는 붉은 색 원형 도장이 날인돼 있었다. 문서 하단 중앙에는 `2.8 비날론 련합기업소 보위부에 이관'이라는 글씨가 주체 91년(2002)년 2월13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쓰여 있었다.

한편 BBC 방송의 평양 취재를 지원한 2명의 북한 안내원들은 북한이 굶주리지 않고 있으며 농촌 지역에도 교대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BC는 야간 위성사진에 따르면 한반도 남쪽에는 찬란한 불빛으로 가득차 있으나 북한 전역에는 불빛 하나 없는 `칠흑의 어둠'만이 존재했다고 보도했다.

안내원들은 "당신들이 속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면서 평양에서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그렌키엘 기자는 평양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만이 사는 `거대한진열장' 같았다고 논평했다.

BBC 방송과 인터뷰에 응한 북한 장성은 6.25 전쟁과 관련해 바깥 세계에서는 다른 설명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미국놈이 조선을 발판으로 아시아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 조선전쟁을 일으켰다. 다른 증거가 있다고 해도 모두 조작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막에 강호섭 장군으로 나온 이 장성은 "수령의 존엄에 타격을 주면 우리는 응징할 것이다. 우리는 억제력이 있으며 어디든지 공격할 수 있다. 그 장소가 미국이건 영국이건 때리겠다. 그 방법은 묻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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