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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암의 버저비터]올스타MVP 문경은 ‘왕체력’의 비밀

입력 | 2004-02-02 18:01:00


1일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화려한 3점포를 앞세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문경은(전자랜드). 필자가 연세대 감독으로 있을 때 제자였던 그와는 특별한 기억이 있다.

그는 슈터의 산실이라는 광신상고 출신. 문경은을 비롯해 ‘뺑코’ 김영훈, 한국은행에서 뛴 김종수,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현준 코치와 전자랜드 임근배 코치 등이 광신상고를 졸업한 대표적 슈터들이다.

문경은을 처음 본 것은 광신중 2년 때였다. 어린 나이에도 1m84의 장신에 슛 감각이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연세대에 입학한 문경은은 잘 생긴 외모에 농구까지 잘해 인기 만점이었다. 주말만 되면 선배들이 끌고 나가 술 사주고 압구정동에 아지트까지 만들어 줬으니 19세의 대학 새내기가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러다 보니 농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런 문경은의 마음을 잡아준 사람은 바로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감독인 나에게 아들의 비리(?)를 일일이 보고했다. 자식의 잘못을 감싸고 변명하고 싶은 게 어머니 마음. 그러나 문경은의 어머니는 달랐다.

이에 따라 당시 주장이었던 정재근과 이상범 유재학 코치가 동원돼 ‘문경은 길들이기’에 들어갔고 6개월 만에 그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사실 문경은 만큼 농구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선수도 없다. 어머니의 ‘신고’가 없었다면 코칭스태프가 전혀 눈치를 못 챌 정도로 훈련시간 만큼은 열심이었다.

공격에 전념하는 슈터들은 대개 수비가 약하기 마련이다. 수비할 때 체력이 떨어지고 발이 느려져 자신의 마크맨을 놓치기 일쑤. 문경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강한 체력훈련을 주문했다. 문경은은 연 2회 산악훈련과 하루 1000개의 슈팅 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소화했다. 또 수비에서 잃은 점수는 장기인 3점슛으로 만회하고도 남았다.

33세라면 농구선수로는 적지않은 나이. 그런데도 문경은이 뒤늦게 MVP라는 영광스런 자리까지 오른 것은 학창 시절의 혹독한 체력훈련과 슈팅 훈련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문경은에게도 예외가 아닌 것같다.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