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정치범수용소에서 화학무기 생체실험을 했다는 영국 BBC방송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BBC는 가스실에서 일가족이 살해되고, 생체실험 대상이 된 50명의 부녀자들이 한꺼번에 죽었다며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했다.
세계적 방송사인 BBC의 권위도 권위려니와 생체실험 현장을 목격한 수용소 경비대장과 정치범 출신이라는 탈북자들의 증언, 생체실험 대상자의 수용소 이관을 확인하는 문서 등으로 미루어 보도 내용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생체실험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인권 유린이 극심했던 구소련이나 민주화 이전의 동유럽 국가에서도 없었던 야만적인 국가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집단이 북한 정권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북한이 반(反)인륜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 등은 수용소에 구금된 정치범이 최고 20만명에 이르며 고문, 강제 낙태, 영아 살해 등 인권 유린이 극심하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수용소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몇몇 수용소가 인공위성에 의해 확인됨으로써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북한이 생체실험을 하고 있다면 그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만큼 우리가 진실 규명을 위해 나서야 한다.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며 지난해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다. 그런 소극적 자세로는 북한의 반인륜 범죄를 방치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인권 개선을 남북대화의 목표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은 외면하고, 정권만을 상대하는 남북대화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BBC의 생체실험 보도가 대북 인권정책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