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2일 교원과 학교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천명했다.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교사, 학생과 학부모의 외면을 받는 학교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안 부총리는 이를 위해 ‘교원평가제’와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를 들고 나왔다. 교육 수요자의 평가권과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이를 반대하고 있으며 경쟁체제에 따른 평가나 선택 기준 마련이 쉽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교원단체 반발=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은 “무리한 평가는 교직의 안정성을 해쳐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즉각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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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수석교사제 등을 통해 능력을 갖춘 교사에게 승진 기회를 주는 등 보상제도를 먼저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질 높은 수업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교사평가제가 도입돼 그 결과가 수업에 반영돼야 한다”며 환영했다.
▽“평가제도 개선 논의 단계”=현재의 ‘근무성적평정제’는 행정업무 위주로 이뤄져 교사의 능력과 자질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교원단체들과 대토론회 등을 통해 교원 평가와 승진, 연수 등 교원제도에 대해 논의해 왔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료 교사에 의한 평가에까지 의견 접근이 거의 이뤄진 상태”라며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평가를 장기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교 선지원 후추첨제=고교 진학 희망자가 같은 학군 안에서 희망 학교를 신청하면 교육청이 거리와 통학수단 등을 고려해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광주 대전 등 일부 평준화 지역에서 이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가 전면 도입되면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입학 정원의 일정 비율만 선지원으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 부동산 폭등 해소방안의 하나로 도심지역 일부 공동학군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제도를 강남지역으로 확대하려다가 부작용을 우려해 그만뒀다.
▽대입 내신 위주 선발=현 대입제도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보다 과외를 받은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아 교육 정상화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부총리는 2008년부터 내신 성적 비중을 늘리겠다고 했으나 그 전제조건으로 일선 학교의 ‘성적 부풀리기’ 등이 사라져 대학이 고교의 평가를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