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불황 상품’으로 꼽히는 소주 판매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담배 소비도 큰 폭으로 늘어 작년이 극심한 불황이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2일 통계청의 ‘2003년 산업활동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내수용 소비재의 총출하량은 2002년보다 5.6% 줄었다.
하지만 소주 출하량은 전년보다 5.4%, 담배는 26.2%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소주와 담배의 2002년 출하량은 전년보다 각각 2.2%와 13.2%씩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증가세로 반전했다.
특히 주류(酒類) 가운데 소주 출하량은 늘었지만 위스키(―28.0%)와 맥주(―2.4%)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경기침체로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서민들이 ‘싼 술’을 많이 찾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소주와 담배를 뺀 대부분 상품의 소비는 크게 줄었다.
목돈이 드는 냉장고와 승용차(수출용 제외)는 각각 26.6%와 17.6% 감소했다. 화장품(―5.9%), 남녀 기성복(―18.3%), 구두와 캐주얼화(―10.3%)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비재 출하도 줄었다.
또 내수용 승용차 출하량의 감소 폭은 분기별로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여 정부 발표와는 달리 소비 위축이 더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黃仁星)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담배 출하량이 늘어난 것은 2002년 이주일씨 사망으로 인한 금연 신드롬이 잠잠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소주 출하량 증가는 극심한 불황을 분명히 확인시켜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