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상호주의’에 따라 국민연금을 납부하도록 하자 외국인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중소기업이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65세부터 지급되는 연금 혜택은 그림의 떡”이라며 “연금을 내느니 불법체류자가 되더라도 회사를 옮기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일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경제적 부담과 함께 인력 유출 우려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반발=경기 동두천에서 가죽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김모씨(43)는 지난달 중순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날아온 국민연금 납부 고지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장에서 일하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근로자 4명에게 각각 8만9100원씩의 연금이 부과됐기 때문. 이 중 회사가 부담하는 비율을 제하면 이들이 내야 할 돈은 각각 4만4550원.
하지만 이들은 “그 돈이면 본국에서는 한 달 월급에 해당한다”며 “귀국을 해야 하는 우리는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발했다.
경기 안산에서 플라스틱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이모씨(50) 역시 “인도 출신 노동자들에게 연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며 “가뜩이나 사람도 없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합법체류 자격을 얻어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인 H씨(43)는 “세금이면 차라리 모르겠지만 연금을 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차라리 공장을 옮기겠다고 말했다.
▽‘상호주의’ 원칙=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어느 나라에 가든 사회보장제도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며 “상호주의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
한국 근로자 역시 외국에서 일할 때 연금을 내고 돌려받지 못하는 금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나라들이라고 해서 면제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중 네팔 러시아 등 외국인에게 연금이나 사회복지세를 걷지 않는 17개국 출신은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미국 캐나다 등 우리와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한 국가의 경우 협정 내용에 따라 연금을 면제받거나 본국에서의 납부 금액이 그대로 인정된다.
하지만 인도 등 82개에 달하는 대다수 국가 출신 근로자들은 의무적으로 연금을 납부해야 하며 보험료를 돌려받지도 못한다. 다만 상호주의와 무관하게 무조건 외국인에게 보험료를 돌려주는 ‘반환일시금’제도를 가진 12개국 출신 근로자들은 보험료를 돌려받는다.
▽전문가 의견=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金尙均) 교수는 “우리도 옛날에는 많이 당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국가들에 횡포인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간 협약을 통해 배려하는 것이 옳지만 현실적으로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전 외국인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 김봉구(金奉九) 소장은 “각국의 경제 사정에 비춰 볼 때 외국인 근로자들의 연금 부담이 너무 크다”며 “혜택이 불가능한 국민연금만큼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반환일시금제도를 운영하는 12개국 중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가나 등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국가도 많이 포함돼 있어 이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