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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열두명의 웬수들'…왁자지껄 대가족 대도시 적응기

입력 | 2004-02-03 18:24:00


원수는 증오의 대상이지만, ‘웬수’는 사랑하는 대상을 뜻한다.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션 레비 감독이 연출한 ‘열두명의 웬수들(원제 ’Cheaper by the dozen‘)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밝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 한 부부가 다섯 살부터 스물 두 살 까지 자그마치 ‘한 타스’나 되는 자녀를 기르면서 겪는 왁자지껄 소동속에 따스한 가족애를 담아냈다.

소도시의 미식축구팀에서 일하는 톰에게 시카고의 명문 대학팀의 코치직 제의가 들어온다. 꿈에 그리던 제안이었지만 아이들은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간신히 아이들을 설득해 도시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지만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가 쓴 책이 출간되면서 한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 새로 맡은 코치 일도 벅찬 아빠 혼자서 집안 살림을 도맡게 된 최악의 상황. 여기에 집안에서 하키 하기, 옆집 생일 파티에서 뱀 풀기 등 개성강한 아이들의 말썽은 그치지 않는다. 결국 톰은 일에만 전념하든지, 가족을 돌보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학교 측의 최후통첩을 받는다.

이 영화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대가족 가정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형제 많은 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겪는 ‘고충’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른 형제들과 외모도 성격도 닮지 않아 외톨이 취급을 받고, 항상 형이나 누나 것을 물려받아야 하고, 나 혼자 방을 써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그런 얘기들 말이다.

‘신부의 아버지’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스티브 마틴이 아버지 역으로 나와 안정된 연기를 펼친다. 비중이 크지 않지만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애쉬톤 커쳐의 머리가 텅빈 꽃미남 연기도 돋보인다. 하지만 TV단막극 같은 상투적이고 전형적 갈등구조, 뻔한 결말이 아쉬움을 남긴다. 13일 개봉. 전체 관람가.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