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1월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사건 기록을 대부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백춘기·白春基 부장판사)는 3일 KAL기 사고 희생자 유족회 회장 차모씨가 “KAL기 사건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중앙지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5200여쪽의 기록 가운데 80여쪽의 수사기록 및 개인 신상기록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KAL기 폭파사건 조작설 등 끊이지 않았던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정보공개가 국가 안전보장이나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쳐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기록은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참고인 진술조서, 수사기록과 공판 조서, 공소장과 증거목록, 공소장 변경신청서, 항소장, 변론요지서, 상고장 등이다.
차씨는 2002년 7월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 발표는 모순투성이인 만큼 의혹 규명을 위해 검찰이 보관 중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당시 차씨는 안기부 수사발표와 판결문 내용의 차이점, 김현희가 깨물었다는 독약 앰플이 온전하게 발견되지 않은 점, 김현희의 행적이 묘연한 점, 기체 잔해와 사체 유품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의혹으로 제기했다.
KAL 858기는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출발해 서울로 오던 중 미얀마 안다만 해상에서 폭파돼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