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를 일부라도 돌려 달라.”
최고의 광고효과로 이름난 미국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에 광고를 걸었던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여가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사고를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광고비 1000만달러를 낸 AOL측은 2500만명의 AOL 회원들과 방문자들을 위해 쇼 장면을 웹사이트에 띄워놓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중계를 맡은 CBS방송과 대회를 주관한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측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라면서 사과하고 있지만 사고를 수습하려면 수백만달러는 들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번 일로 골치가 아픈 기업 중의 하나는 하프타임 쇼를 제작한 MTV와 CBS의 모기업인 바이아콤. 증시에선 바이아콤의 제2대 주주였던 투자회사 CRM이 이 회사 주식을 최근 1년반 사이에 대거 매각한 것으로 드러나 이 회사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CRM의 주식매각 이유가 경영진에 대한 불만과 미디어산업의 리스크 증가였던 것으로 알려져 이 회사가 새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인들은 슈퍼볼 승부와 자신의 관심사를 연결시키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니 ‘슈퍼볼과 증시’의 상관관계까지 찾아낸다. 슈퍼볼에서 내셔널콘퍼런스(NFC)와 아메리칸콘퍼런스(AFC) 우승팀이 맞붙어 NFC가 이기면 그해는 강세장, AFC가 이기면 약세장이 온다는 통설이다. 한동안 잘 맞다가 요즘 몇 해 동안은 어긋나기도 했던 이 통설대로라면 올해는 NFC 소속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AFC 소속인 캐롤라이나 팬더스를 이겼으므로 강세장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점수까지 감안한다면 간발의 차로 ‘황소’가 ‘곰’을 누르는 형국이 될지 모르겠다.
뉴욕증시가 슈퍼볼 결과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대상은 고용 동향. 1월 기업들의 해고가 작년 12월에 비해 26% 급증한 11만7556명으로 10만명 선을 또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이는 작년 1월에 비해선 11% 줄어든 것이어서 그나마 ‘개선’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뉴욕증시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4%로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소식에 지난주 말 약세를 보인 데 이어 이번 주엔 등락이 엇갈리는 혼조 양상이다. 세계 최대 네트워킹업체 시스코 시스템스의 주가는 3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0.8% 올랐지만 월가의 전망보다 높은 실적발표에도 시간외거래에서는 2.5% 하락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