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민경찬(閔景燦)씨의 653억원 모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민경찬(閔景燦)씨가 경기 이천시에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면서 부동산업자 박모씨(50)에게 식당운영권을 주겠다며 5억3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를 포착하고 민씨에 대해 6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민씨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5일 “그러나 민씨가 653억원 모금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또 이날 민씨가 동업자로 알려진 부동산업자 이모씨와 함께 종합병원인 ‘이천중앙병원’ 건립을 추진한 사실을 밝혀내고 투자금 모금이 이 병원 건립과 연관이 있는지도 조사했으나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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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부동산업자 이모씨를 만난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이씨가 ‘민씨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와 이천시청 관계자, 병원 관련 소프트웨어개발업체 M사 박모 사장, 민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모씨(28) 등 10여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 모두 모금 사실 자체를 포함한 일체의 의혹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상원(李相元) 특수수사과장은 “‘47명의 투자자에게서 653억원을 모금했으나 투자자를 밝힐 수 없다’고 주장해 왔던 민씨가 5일 오전 돌연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말을 바꿨다”며 “이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민씨와 함께 모금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동생 상철(相喆·41)씨, 측근 조씨 등 20여명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장은 “계좌추적 중인 이들 가운데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은 없고 이들이 투자자 47명에 포함될 가능성도 적다”며 “투자자로 밝혀진 사람도, 투자금의 실체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모 파악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민씨의 신병확보를 위해 긴급체포 시한이 끝나는 6일 오전 10시 이전에 일단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후 10시10분경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서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진 민씨는 취재진에게 “돈은 모금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盧대통령 “閔펀드 송구스러워”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강원지역 언론사 합동회견에서 “보통사람이 650억원을 쉽게 모을 수 있겠느냐. 상식 밖의 사태인 것은 틀림없고 뭔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민경찬이) 처벌 받을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원칙대로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에게 송구스럽고 난감하다”면서 “뭔가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을 안 하는 시대로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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