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마다 낙선 낙천명단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돈정치’와 부패에 염증 난 국민의 여망이 ‘총선 물갈이’로 모아지고 있으며 시민단체가 이에 대한 나침반 역할을 자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단체별로 대상자 선정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혹을 일으키고 유권자에게 혼돈을 안겨준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는 공익을 위해 몇몇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이지 국민에게서 어떤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아니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독점하거나 모든 유권자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이러한 시민단체가 특정 정파에 대한 편향성을 갖고 자의적 잣대에 따라 일방적으로 명단을 발표한다면 유권자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일례로 당적 이동을 문제 삼으면서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간 의원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발표 명단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뿐더러 시민단체가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의 당선 낙선 운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느냐가 적법성의 근거라고 했다. 그러나 엄정치 못한 기준과 정파성에 따라 특정인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도 현수막을 내거는 일 못지않은 불공정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다.
정치적 중립을 근간으로 삼아 관권선거 불법선거 등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공정치 못한 선거운동을 한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단체만이 절대선은 아니며 시민운동 역시 눈 밝은 국민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