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원들이 31일 오전 당사앞에서 경선자금 편파수사에 항의, 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지식경제학/도미니크 포레이 지음 서익진 옮김/184쪽 1만2000원 한울
‘지식경제’ 또는 ‘지식기반경제’라는 말은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익숙한 용어가 됐다. 지식은 이제 자본과 노동보다 생산요소로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지식 자체가 주요한 상품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벌써 지식경제의 선두 그룹에 들어가 있는 듯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지식경제의 성패는 정보통신 인프라 자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인프라를 활용해 어떻게 창조적 지식을 생산하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의 경우 ‘정보의 바다’로 통하는 길은 번듯하게 닦아놓았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유용한 정보를 건져내 부가가치 높은 창조적 지식을 만들어 내는 데는 아직 그다지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 파리 9대학 교수(경제학)인 저자는 지식경제의 특성과 기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새로운 경제형태가 유기적 체계를 갖추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이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다. 그에 따르면 지식경제란 “지식 집약적 고용의 비중이 상당히 증대되고, 정보 부문의 경제적 비중이 결정적 수준에 이르며, 실질 자본에서 ‘무형 자본’의 비중이 ‘유형 자본’의 비중을 추월한 경제”를 가리킨다.
이 새로운 형태의 경제는 교육 훈련, 연구 개발 등 지식의 생산과 전파에 투자되는 자원을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혁신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게 되면서 형성됐다. 지식을 코드화하고 정보통신기술과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는 것은 바로 지식 재생산의 비용을 최대한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지식의 생산 및 전파 비용이 감소하고 지식의 외부 의존도가 크게 증대되는 대신 경제활동에서는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변화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여기서 부닥치는 중요한 문제는 이른바 ‘공공재의 패러독스’다. 지식은 소진되지 않는 재화이므로 누구나 쉽게 획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생산된 지식의 사적 점유와 판매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누구도 지식을 생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레이 교수는 그 해결책으로 공공성이 큰 기초지식은 사회화 논리에 따르고,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응용지식은 시장논리에 따르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에 원론적으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미국의 경우 주로 저작권 등으로 사적 이익의 법적 보호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 경제가 우세한 반면, 유럽에서는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새로운 경제의 흐름 속에서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바로 기업의 투자, 대학의 교육, 1980년대의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갖춰진 경제 풍토 등이 모두 지식경제에 일관되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포레이 교수는 그러나 미국에서 배울 것을 권하면서도 유럽 지식인다운 지적을 잊지 않는다. 미국처럼 경제의 방향을 지나치게 민간시장이 결정하도록 방치할 경우 지식경제가 과도하게 상업적 가치를 추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회 내 빈부격차가 심화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