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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자연과학]'뉴턴과 아인슈타인, 우리가 몰랐던…'

입력 | 2004-02-06 18:00:00

근대과학사의 2대 천재로 꼽히는 뉴턴(왼쪽)과 아인슈타인의 일러스트레이션. 두 사람은 ‘우뚝 선 천재’라는 신화적 이미지와는 달리 선배들의 업적과 동시대 학자들의 연구를 맹렬히 학습한 노력파였으며 동료들과의 지적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 사고를 확장해갔다. 사진제공 홍정아


◇뉴턴과 아인슈타인, 우리가 몰랐던 천재들의 창조성/홍성욱 이상욱 외 지음/287쪽 1만2000원 창비

17세기 과학의 거인 뉴턴과 20세기 과학의 슈퍼스타 아인슈타인. 근대를 지탱해온 뉴턴적 우주관을 현대의 아인슈타인이 뒤집었기에 두 사람은 시대를 건너뛴 라이벌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그보다 더 자주 동일한 수식어로 묘사되는 과학사의 단짝 커플이다. 바로 ‘세상의 몰이해 속에 고독하게 연구한 천재’라는 것.

그러나 정말 그랬을까. 2001년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함께 공부하던 저자들은 이런 의문을 갖고 ‘과학적 창조성과 천재성’에 대한 낡은 신화를 벗겨보기로 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연구 과정을 검토해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인가를 검증해 보기로 한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책으로 나왔다.

저자들에 따르면 과학천재 신화야말로 창조된 것이다. 뉴턴은 머리 위에 떨어진 사과 한 개로 불현듯 중력의 법칙을 떠올린 것이 아니며, 아인슈타인은 김나지움의 학업을 못 따라간 아둔한 학생이 아니었다.

먼저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전통에 반기를 든 혁명가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교과서를 열심히 읽는 전통의 계승자였다. 다만 읽는 방식은 달랐다. 뉴턴은 당시 수학 교과서의 진도가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에서 시작해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을 읽어나가는 방식이었지만, 혼자서 데카르트부터 먼저 읽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고 막힐 때는 앞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막히면 다시, 또 막히면 다시 처음부터…. 이렇게 책 한 권을 열 번쯤 읽고나면 그 이해도는 책 10권을 대충 읽은 것보다 깊었다.

아인슈타인은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핵심원리를 찾아낸 뒤 자신의 필요에 따라 교재를 스스로 재선정했다. 교과 과정에서 제외된 책들이라도 관심 분야에서 정평이 났다면 선택했다. 일찍이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은 이런 공부법을 두고 과학자의 창조성은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와 교과서를 통해 숙달된 ‘수렴적 사고’의 긴장 사이에서 나온다고 간파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또 외톨이 왕따 천재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 때 자신이 주도한 세미나모임 ‘올림피아 아카데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뉴턴은 한 옥타브가 7개음인 것에 힌트를 얻어 무지개 색깔을 분류했다. 두 사람은 이처럼 자기 주변의 지적 인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으로서 자신들 앞을 가로막는 난제들을 풀어나갔다.

저자들은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앉은자리에서 복잡한 암산을 엄청난 속도로 척척해내는 종류의 신동은 아니었다고 못 박는다. 그러나 날카로운 분석력, 탁월한 종합능력,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해 끈기 있게 연구하는 능력, 한 주제를 다른 문제와 연관시킬 수 있는 능력이 두 사람을 과학적 천재로 성장시켰다고 보았다.

나는 타고난 천재성이 없기 때문에 이공계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면 ‘천재성은 과연 무엇인가’를 되묻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

‘뉴턴의 사과 일화는 사실일까?’ 등 한 쪽 분량으로 정리한 짧은 상자글들이 읽기에 도움을 준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