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이냐, 150억원이냐.’
축구 불모지 서울에 마침내 프로축구팀이 탄생한다. 하지만 당초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 분담금 100억원을 부담키로 했던 대한축구협회가 갑자기 ‘100억원 회수 의사’를 밝힘에 따라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6일 대한축구협회 회의실에서 K리그 2004년 제2차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존 구단의 연고지 서울 이전을 허용키로 결의했다.
프로연맹의 기존 방침은 2000년 5월 12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선 신생팀 창단, 후 기존 구단 이전’. 그러나 이날 이사회가 ‘선 기존 구단 이전’으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이미 서울 이전을 공식 선언한 안양 LG 등 기존 구단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기존 구단의 서울 입성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파견이사 자격으로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조중연 협회 부회장은 “협회가 지난해 말 서울시에 선납한 100억원은 서울 입성 구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협회의 주장대로라면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는 구단은 당초 알려진 50억원보다 3배가 늘어난 150억원을 부담하게 된 셈.
이에 대해 안양 한웅수 단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와 축구협회가 상암경기장 건설비 중 각각 100억원을 부담해 서울 구단의 부담을 50억원으로 줄인다고 분명히 발표하지 않았느냐”며 “축구 발전을 위해 서울프로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축구협회가 뒤늦게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서울팀 창단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8월 “100억원을 지원(탕감)하겠다”는 뜻을 보였으나 그 적용 대상에 기존 팀도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기존 팀들이 서울에 입성하겠다고 나서자 뒤늦게 ‘100억원을 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비난받을 여지가 많은 게 사실.
결국 이날 이사회에서는 ‘서울입성자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가운데 조 부회장과 정건일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이춘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이 참가하는 ‘서울프로축구팀 창단위원회’를 구성해 7일 모임을 갖기로 했다.
한편 이날 축구회관 앞에는 안양시의회 의원과 서포터스 300여명이 ‘연고 이전 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