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이공계 출신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 이공계 졸업생이나 졸업예정자들이 진로를 바꿔 의대로 몰리고 있는 것. 올해 서울대 의대 편입생 모집에 서울대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명문대 이공계 출신이 대거 지원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의학전문대학원(메디컬스쿨)이 도입되면 이공계 출신의 이탈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6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2004년 서울대 의대 본과 편입생 전형’ 결과에 따르면 50명 모집에 232명이 지원해 4.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중 이공계 출신은 158명(68%)이었다.
최종 합격자는 자연대 50%, 공대 30%로 이공계 출신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이어 인문사회 및 경영계열 출신자가 10%를 차지했으며 약대와 간호대 등 의학 관련 전공 출신자는 8%로 다소 적었다.
출신대학별 최종 합격자는 서울대가 66%, 고려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등이 32%로 집계됐다. 1명을 뺀 49명이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었다.
최종 합격자의 48%가 대학을 졸업했으며 나머지 52%는 올해 졸업예정자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공계 출신의 이탈과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2차시험 심사를 맡았던 한 교수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이공계 출신이 많을 줄은 몰랐다”며 “인재들이 의대에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초과학의 공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는 본과 편입생을 2002년과 2003년에는 각각 10명 뽑았지만 올해는 50명으로 크게 늘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2년 전 메디컬스쿨 도입을 염두에 두고 예과 인원을 줄였는데 메디컬스쿨 도입이 확정되지 않아 본과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편입생을 늘린 것”이라며 “이는 예정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가 편입시험 1차 합격자 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0%가 의대 편입을 위해 학원 또는 개인과외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 60%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했으나 ‘당연한 현상’이라는 응답도 22.2%나 됐다.
이들은 이공계 기피 이유로 ‘직업이 불안정해서’(65%), ‘경제적으로 불리해서’(17%), ‘사회적으로 인정을 못 받아서’(13%)라고 대답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