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9일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여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때 한-칠레 FTA 비준과 발효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국회가 비준 동의를 미루는 동안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우리 공산품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국제통상 무대에서의 국가신인도 타격은 더 크다. 민감한 품목을 대부분 제외한 FTA를, 양국 정부가 타결한 지 1년4개월이 되도록 비준하지 못한대서야 어느 나라가 한국과 진지하게 협상하려 들겠는가.
세계무역기구(WTO) 146개 회원국 가운데 단 한 건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나라는 수출규모가 한국의 0.3%에 불과한 몽골 말고는 우리밖에 없다. FTA는 WTO와 더불어 세계무역질서의 양대 축으로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수출에 목을 걸고 있는 우리가 FTA 외톨이 국가로 남아 있다는 것은 경제의 뿌리를 스스로 흔드는 일이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 농업이 붕괴될 것처럼 일부에선 주장하지만 이는 억지다. 쌀 사과 배 등은 FTA 대상에서 제외돼 피해가 거의 없다. 포도 키위 복숭아 등 일부 과수농가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부가 그 이상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농가가 이를 잘 활용해 구조조정을 해 나간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부 농촌지역 의원들이 총선득표를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비준 저지에 나서고 여야 지도부가 이에 밀리는 사태가 재연된다면 전체 경제도 농촌도 살릴 수 없다. FTA 비준에 반대하는 의원들이야말로 국익과 민생 지키기 차원에서 국회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