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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여론광장/러일전쟁을 관광상품화 하자

입력 | 2004-02-06 21:50:00


러일전쟁 100주년을 맞아 9일 인천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와 러시아 해군의 추모비 건립을 놓고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전쟁의 피해국인 한국이 러시아 전몰자에 대한 추모비 건립을 허용하는 것은 굴욕적 행위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 및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개선, 연해주지역에 독립지사들의 추모비 건립 등 실리를 고려해 기념행사를 허용했다.

이를 반대하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러일전쟁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 러시아의 지배 야욕은 일본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기념행사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면 모두 놓치고 있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전쟁의 또 다른 당사국인 일본의 입장이다. 이번 기념행사를 본 일본이 승전기념행사나 승전기념비 건립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정부는 지금보다 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일지 모른다.

정부가 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단순 추모행사가 아닌 전쟁 당사자들의 화해와 용서의 장으로 삼았다면 어떠했을까.

한국과 러시아, 일본이 참가하는 기념행사를 주관했다면 100년 전 껄끄러웠던 세 나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승화시킨다는 명분을 얻고 실리도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실리 가운데 하나가 관광수입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시립박물관에는 러일전쟁 관련 유물 몇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관람객은 이 전시물에 관심을 나타낸다.

인천에 있는 러일전쟁 자료를 잘 활용하면 관광상품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관광객은 러시아인의 시각에서, 일본 관광객은 일본인의 시각에서 러일전쟁과 관련된 자료와 장소들을 둘러볼 것이기 때문이다.

배성수(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muse68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