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이는 공부를 못한다. 다른 면에서는 멀쩡하고 오히려 영특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말이다. 엄마가 과외도 시키고 학원에도 보냈지만 아이는 늘 제자리걸음이다. 예전에는 시키면 하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이제는 아이가 눈을 부라리며 공부하라는 잔소리 좀 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속이 상한 엄마, 아이를 데리고 소아정신과에 찾아왔다.
“도대체 어떻게 우리 집안에서 이렇게 공부를 못 하는 아이가 나올 수 있죠? 혹시 학습장애가 아닌가요?”
학습장애는 뇌가 정보를 비정상적으로 처리해 잘 배울 수도, 배운 것을 잘 활용하지도 못하는 희귀한 질병이다. 따라서 공부를 못 하는 아이가 학습장애로 진단받을 확률은 매우 적다. 지능에 비해 성적이 너무 형편없을 때에는 아이가 공부에 질려있거나, 엄마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정서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 학습장애는 읽기장애, 철자(綴字)장애, 산술장애, 학습능률의 혼합장애 등으로 구분되지만, 학습의 어느 한 부분이 처지면 나머지도 따라서 처진다. 처음에는 읽기만 잘 못 하던 아이가 크면서 다른 공부들도 잘 하지 못 하고, 흥미를 잃게 되고, 더 중요한 것은 성격도 삐뚤어진다는 것이다.
학습장애 아이의 초기 증세는 △유난히 천천히 읽거나 △방금 읽은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말로 표현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연필을 특이하게 잡거나 △철자를 거꾸로 쓰는 것 등이다. 조기진단이 학습부진의 예방 및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유치원 때부터 치료해야 효과가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학업에서의 실패와 이에 따른 비난 때문에 학습장애아들은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학습장애 아이에게 특수교육은 물론, 불안과 우울감을 덜어주는 치료도 필수적이다.
김창기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