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도 관심 없는 중소형 소외주에 외국인이 눈독을 들인 까닭은?’
외국인이 대형 우량주만 싹쓸이한다는 증시의 불만 섞인 평가와 함께 중소형주의 소외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펀드들의 투자 종목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의외로 ‘작은 종목’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종목의 일부는 고작 하루 거래량이 10주에 불과한 시장의 ‘왕따’ 소형주. 그런데도 외국인이 단독으로 5% 이상 지분을 사들인 까닭은 무엇일까.
▽어떤 중소형주가 ‘러브콜’ 받았나=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들이는 글로벌(global) 펀드와는 달리 아시아 특정 지역 위주의 지역(regional) 펀드가 대부분이다.
JF에셋매니지먼트는 작년 한 해 동안 성신양회와 미창석유공업, 삼화왕관 등을 5% 이상 매입했다.
병뚜껑을 만드는 삼화왕관은 국내 시장점유율의 4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형 사업구도를 갖고 있다. 페트병에 쓰이는 플라스틱 병마개 등으로 제품을 확대시키며 실적 개선에 노력해 온 것도 투자 포인트. 다만 두산그룹 계열이어서 ‘그룹 리스크’가 존재하는 점은 때로 부담이다.
미창석유공업은 자동차 및 선박용 윤활유 제조업체. 시가배당률 8% 수준에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 수준으로 낮은 편. 현금 거래가 많고 대기업이 주력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확보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사들인 삼천리는 인천 및 경기지역에서 독점적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회사. 인천 송도신도시의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에 참여하는 등 실적이 증가세를 타고 있다.
또 다른 외국계 펀드인 ARISAIG가 매입한 금비는 참이슬 소주병을 제조한다. 시가총액이 300억원밖에 안 되고 거래량도 적다. 시장에서는 잊혀졌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5년째 늘어나는 추세다.
이 밖에 골판지를 만드는 한국수출포장공업, 사무용가구업체 퍼시스, 오뚜기, 영창악기, 영원무역 등도 작년 외국인들이 단독으로 모두 5% 이상 지분확보를 신고한 종목이다. 대부분 저평가 상태에 배당도 안정적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종목도 상당수=성신양회와 삼천리, 영원무역 등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작년 강한 시세를 분출했다.
그러나 의외로 주가 움직임이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다. 퍼시스는 작년 두 차례의 단기 급등을 제외하면 거의 제자리걸음이었고 수입 폐휴지의 가격 상승과 내수 침체, 군소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된 한국수출포장공업은 하반기 내내 내림세를 보였다.
VIP투자자문 김민국 대표는 “외국인의 종목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투자 아이디어를 갖고 찾아낸 대상”이라며 “이들 펀드는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