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선심성 정책’의 가장 큰 부작용은 나라 살림살이가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경우 경제회복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과도한 예산을 지출하면 필연적으로 ‘재정적자’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제전문가들은 걱정한다.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중앙정부의 채무가 5년 동안 93조원이나 더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2004년 예산 운용의 기본 방향과 주요 정책 실천방안’이란 보고서를 올해 초 내놓았다.
KDI 보고서는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개발 재정 집행 등으로 재정 집행이 매년 9.7%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2008년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23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누적되는 재정수지 적자로 지난해 146조5000억원이었던 중앙정부 채무가 5년 뒤인 2008년에는 239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총선용 선심정책’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에 들어가는 예산까지 포함하면 재정악화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앞으로 노령 인구 급증으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점도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가 얼마 전 국회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중기 재정 수요 전망’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대 공적연금이 가입자들에게 지급하기 위해 적립해야 할 책임준비금은 506조원. 반면 실제 적립금액은 124조원에 그쳐 잠재부채가 382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4대 연금의 잠재 부채 규모는 4년 전인 1999년 말보다 180조원(89%)이나 급증한 것으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한다.
한국사회보험연구소장인 김용하(金龍夏) 순천향대 경제금융보험학부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불필요한 선심정책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