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도씨의 ‘민살풀이춤’.
할머니 춤꾼들의 손끝마다 흰 꽃이 피어난다. 일생 동안 춤을 품고 살아 온 할머니 7명의 관록과 연륜이 담긴 춤 공연이 펼쳐진다. 12, 13일 오후 7시반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여무(女舞), 허공에 그린 세월’.
‘살풀이춤’은 하얀 명주수건을 들고 ‘살풀이’ 장단에 맞춰 추는 춤. 이 춤을 선보이는 권명화씨(70)는 6·25전쟁 중 피란 간 대구에서 절집의 풍악소리에 사로잡혔다.
“댕기머리에 외씨 같은 버선을 신고 춤을 추는데, 덩 쿵 북치는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어.”
영남 최고의 풍류객 박지홍을 만나 그에게서 배운 지 6개월 만에 대구극장에서 열린 무용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1955년부터 박지홍의 조교가 됐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대구 무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된 박지홍류 ‘살풀이춤’을 춘다.
수건을 들지 않고 맨손으로 추는 ‘민살풀이춤’의 장금도씨(76).
“나는 없어서 먹고살려고 이거(소리) 배우고 저거(춤) 배웠어.”
장씨는 12세에 소화 권번에 입학해 4년 동안 교육을 받았다. 당시 춤을 찾는 사람이 많아 큰 기관의 연회나 부자들의 환갑잔치 등 야외공연을 많이 다녔다. 17세에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열 살 연상의 남편과 결혼해 활동하던 중 아들이 “느그 엄마, 잔치에 춤추러 왔더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춤을 세월 속에 묻어버렸다. 장씨의 춤이 다시 알려진 계기는 1980년대 국립극장에서 열린 명무전 공연. 장씨는 ‘민살풀이춤’의 유일한 전승자다.
이 밖에 태평무 예능보유자 강선영씨(80)는 흰 바지에 대님을 매는 옛 전통 그대로 ‘승무’를 춘다. 최희선씨(75)의 ‘달구벌 입춤’, 김수악씨(78)의 ‘교방굿거리춤’, 김금화씨(73)의 ‘거상춤’, 한동희씨(59)의 ‘나비춤’도 만날 수 있다. 1만5000∼3만원. 02-3446-6418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