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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권’요구 봇물…주민들 집단건의 움직임

입력 | 2004-02-08 19:00:00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 A아파트 단지 승강기 입구에 공립학교인 인근 B고교에 자녀들을 배정하지 말라는 글이 나붙었다. B고교가 행정구역이 다르고 교통도 불편할뿐더러 대학 진학률도 좋지 않아 아파트 값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A아파트 주민들은 서울 북부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집단으로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학교 선택권 요구 움직임=이처럼 고교 평준화 지역에서 고교 선택권을 달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고교의 대학 진학률 등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 같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 김모씨(42)는 “지난해 A아파트 전체 560가구 중 10%가량인 50여가구가 이사를 갔는데 대부분 자녀 교육 문제 때문”이라며 “인근 동네의 아파트 값은 치솟는데 A아파트 가격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고교 신입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장모씨(45·서울 광진구 자양동)는 “학교별 차이가 분명히 있는데도 지원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고교 배정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고교 선택권을 지닌 학생의 비율은 전국적으로 40%가량이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60%의 학생에게 고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호도는 큰 차이가 있어 매년 고교 배정 이후 재배정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하는 학교로 전학도=학생과 학부모들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이사나 위장전입을 하기도 한다. 또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다른 학군으로 전학을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학기 초인 3월에 다른 학군으로 전학(일반 전학)하는 고교 신입생은 2000학년도 718명, 2001학년도 861명, 2002학년도 1009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03학년도에는 910명으로 다소 줄었으나 적지 않은 숫자다.

시교육청은 이들이 대부분 학교 배정에 불만을 가지고 전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교 배정을 앞두고 특정 지역으로 전입한 학생 수도 서울의 경우 2002학년도 2777명, 2003학년도 5711명, 2004학년도 5468명 등으로 증가세이며 주소지만 옮긴 위장전입자는 2002학년도 168명, 2003학년도 411명, 2004학년도 45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 의견과 교육부 입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학교 선택권을 넓혀서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교별 특성화를 위한 경쟁을 도입해 평준화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는 “학교 선택권을 넓히면 입시 위주 교육이 과열될 수 있다”면서 “학교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전체 학교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수일(李修一) 학교정책실장은 “현재로선 선지원 후추첨제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다”면서 “교육청이 실정에 맞게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