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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서울로 연고 이전’ 현대의 신용부도

입력 | 2004-02-09 18:21:00


프로축구가 서울 팀 이전 비용 문제로 시끄럽다.

대한축구협회는 서울시와 분담하기로 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설비용의 일부인 250억원중 시에서 탕감해준 100억원을 제외한 150억원 전부를 서울 팀의 이전 준비금으로 부담시켜야 한다는 입장.

반면 서울 희망 팀은 협회가 지원키로 한 100억원을 이제 와서 ‘대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서울 팀 탄생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론을 펴고 있다.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놀란 것은 우선 경기장 건설비용을 협회나 구단이 분담해야 한다는 점. 국가대사로 치러진 월드컵은 당시 중앙정부의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충당됐다. 그러기에 서울시가 협회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프로야구(85년 OB 베어스, 2001년 현대 유니콘스)나 프로농구(2000년 SK 나이츠, 삼성 썬더스)와 달리 서울 팀 이전의 선정 주체를 놓고 축구협회가 아닌 서울시가 나서려 하는 것도 이상하다.

협회의 주장대로 150억원을 내야 한다면 이전비용도 과다하다. 야구는 훨씬 시장이 크지만 85년 두산의 전신인 OB(대전)가 3년 전 창단 때의 약속에 따라 ‘무혈입성’했고 현대는 60억원으로 결정됐다. 농구는 각 50억원. 그나마 이 돈은 경기장 건설비용이 아니다. 야구는 기존 서울 팀인 LG와 두산에 줘야 할 돈이고 농구는 프로 발전기금이다.

말이 나온 김에 이제 야구로 돌아와 보자. 바로 현대 문제다. 2000년 신생팀 SK에 연고를 내주는 대신 서울 입성을 희망했던 현대는 축구와는 달리 각종 혜택을 듬뿍 받았다. SK로부터 54억원을 받았고 차근차근 준비하라고 2001년 전반기가 끝난 이후로 시한도 정해줬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는가. 현대는 모그룹이 갑자기 경영난에 빠지자 SK로부터 받은 돈을 구단 운영자금으로 유용했고 이전 시한이 2년 6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서울 입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사글세도 내지 않은 채 눌러앉은 간 큰 세입자가 바로 현대다.

그런데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의 축구 논란에 때맞춰 현대와 KBO의 각성을 다시 한번 촉구해본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