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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스타가 꼽은 유망주/레슬링 심권호→임대원

입력 | 2004-02-09 18:30:00

레슬링의 '슈퍼스타' 심권호(앞). 그동안 그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임대원(뒤). 임대원은 이제 심권호를 뛰어넘어 1인자로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박주일기자


여기 두 남자가 있다. 나이차는 겨우 4살. 그러나 이들이 이룬 성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48kg급과 54kg급에서 두 체급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룬 ‘작은 거인’ 심권호(32·주택공사). 10년 가까이 같은 체급에서 그의 그림자만 밟고 다닌 임대원(28·삼성생명).

둘은 임대원이 한국체대 1학년 때인 95년 처음 매트에서 만났다. 이듬해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2연패한 심권호는 당시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레슬러. 19세 소년 임대원의 만년 2인자 시련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결과는 연전연패. 당대 최고 심권호는 난공불락의 철벽요새였다. 심권호가 은퇴를 했다 다시 돌아온 지난해 중반까지 통산 전적은 20전 전패. 임대원의 말마따나 ‘웬쑤(원수)’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났다. 임대원이 지난해 11월 청주에서 열린 2004년 아테네올림픽 국가대표 1차선발전 준결승에서 심권호를 7-4로 물리친 것. 기세를 몰아 우승컵까지 거머쥔 승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패자 또한 기쁜 마음으로 첫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래서였을까.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만난 심권호는 앞으로 한국 레슬링을 이끌 후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망설임도 없이 임대원을 지목했다. 비록 자신 때문에 ‘중고 신인’에 머물러있지만 한국이 가장 경쟁력을 보유한 최경량급의 세계 1인자로 손색이 없다는 것.

심권호는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48kg급이 없어졌지만 우리 둘은 54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살아남았다. 말이 쉽지 자기 몸무게의 6분의1을 단번에 올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냐”며 임대원의 잠재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여전히 둘은 같은 매트를 쓰는 경쟁자. 이들은 4월에 열리는 대표 2차선발전에서 다시 격돌한다. 임대원이 또 우승하면 자동으로 올림픽 대표가 되고 심권호가 이기면 최종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 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심권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임대원은 다시는 ‘심권호 콤플렉스’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동안 내가 계속 이기긴 했지만 실력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야.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이지. 더 이상 심권호는 없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

“그래요, 선배.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어요. 이번엔 확실하게 은퇴시켜 드리죠.”

서로 못할 말이 없는 선후배 사이지만 매트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라이벌인 심권호와 임대원. 이들이 있기에 한국 레슬링의 앞날은 밝아 보인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임대원은 누구?▼

△76년 8월16일생.

△4남3녀 중 다섯째.

△키 1m62, 몸무게 55kg.

△인천 산곡초-산곡중-인천체고-한국체대를 거쳐 삼성생명 재직 중.

△초등학교 때는 또래 여자 아이들에게 맞고 다닐 정도로 몸이 약했다. 중학교 들어가선 턱걸이 3개를 하지 못한 약골. 그래서 시작한 게 레슬링. 대표 1진이 된 것은 지난 해. 첫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약 은메달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