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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춘씨 “글쓰기 잘하면 이공계 경쟁력 쑥쑥”

입력 | 2004-02-09 18:47:00

이공계 종사자를 위한 글쓰기 교육자로 변신한 임재춘 영남대 공대 객원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기술 글쓰기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권효기자


“이공계 대학생이나 종사자들이 글쓰기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실감했습니다. 글쓰기는 우리나라 이공계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지요.”

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못해 과학기술부 국장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뒤 기술자를 위한 글쓰기 교육자로 변신한 임재춘(林載春·56·영남대 공대 객원교수)씨. 그는 9일 “동아일보 보도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기술 글쓰기(TW·Technical Writing)가 비로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 1년 동안 전국의 이공계 대학과 병원, 기업체 등 100여개 단체로부터 ‘어떻게 쉽고 간결한 글을 쓸 수 있느냐’는 문의와 강연 요청이 쇄도했다”며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이공계 대학생과 과학기술자를 위한 TW 교육의 역사가 50년이나 된다”고 말했다.

그는 3월부터 인제대 의대 초빙교수로 임명돼 ‘의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과목을 맡는다. 의과대에서 공학자 출신이 글쓰기를 강의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의사나 기술직 종사자, 이공계 대학생에게 핵심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강의하면 대부분 무릎을 칩니다. 진짜 필요한 능력이라는 공감대가 순식간에 생겨요. 기술보고서나 제안서, 제품설명서, 각종 기획보고서, 연구신청서, 투자유치서, 논문 등 이공계 분야의 상당 부분은 무엇인가를 ‘쓰는’ 일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책이 글쓰기 책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임씨의 TW가 알려지면서 특히 병원과 의과대들이 의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부쩍 관심을 가졌다. 5일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백병원, 원주기독병원, 충남대 영남대 계명대 의대 등이 임씨의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가령 의사들이 환자와 나눈 이야기는 의료소송을 좌우할 수도 있어요. 수술실에서 의사가 간호사 또는 약사와 하는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의료기록들을 보면 주어가 없거나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의료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도 의사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의료기술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는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력을 키운 대학생은 취업에도 훨씬 유리하다”며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TW 능력을 높이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