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새내기 회사원 여러분. 첫 출근 날의 짜릿한 감흥이 아직 남아 있겠지요.
회사에 몸담아 보니 TV드라마에서처럼 얼짱, 몸짱 직원들이 연애하느라 정신이 팔린 모습은 보기가 어렵지요? 사장님은 만나 보셨는지요? 문학작품에서 기업주는 탐욕스러운 인물로 묘사되기 일쑤인데 실제로 그렇게 보이던가요?
독일에서 ‘강철 여사장’으로 불리는 유디스 마이어란 32세 여성을 소개할까 합니다. 디자인회사를 경영하는 그는 엄격한 규율 경영으로 기업을 살렸습니다. 그의 회사에선 유니폼을 입어야 하며 점심시간은 30분을 넘지 못합니다. 업무시간엔 개인적인 e메일을 사용할 수 없고 휴대전화는 꺼놓아야 합니다. 출퇴근 시간을 철저히 지키며 회사 일을 집으로 가져갈 수 없게 합니다.
그도 창업할 때는 이른바 ‘쿨(cool)’한 경영을 했다고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사원들 마음대로이고 사무실에서 맥주를 마셔도 괜찮았지요.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는 ‘펀(fun) 경영’을 지향한 것이죠. 그러나 이상(理想)과는 달리 현실은 엄혹했습니다. 업무와 사생활이 뒤엉켜 직원들이 회사에 얽매이는 시간은 오히려 길어졌고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였습니다. 능률이 오르지 않았음은 물론이지요.
마이어는 독일식 미덕인 근면성실, 규율을 도입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덕분에 회사는 튼튼해졌고 직원들도 퇴근 이후의 개인 시간을 만끽한다고 하네요. 그는 “재미가 있어야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임직원은 퇴사해야 한다”면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에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너무 기대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즐거운 일터’라 하더라도 일이 마냥 즐거울 수야 있겠습니까. 직장 선배들에게서 꾸중을 들어도 눈물을 찔끔거리지 말고 마음을 굳게 다잡으세요. 기업은 여러분 세대처럼 곱게 자란 왕자병, 공주병 환자까지 오냐오냐하며 받아주는 환상의 공간이 아닙니다.
프랑스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의 논술에 ‘예술가의 창작행위는 노동인가, 유희(遊戱)인가’라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자아실현의 정점(頂點)에 있는 예술가의 창작행위조차도 일부분에선 힘든 노동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이런 논의가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주눅 들지 마세요. 한국 기업에서는 여전히 가족처럼 따사롭게 대해주는 상사들이 많습니다. 술이며 밥이며 자기 돈으로 사주는 선배도 수두룩합니다. 힘든 업무이지만 성취한 뒤 느끼는 짜릿한 희열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습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된 분들을 취재할 때 성공비결을 묻곤 합니다. 그들의 고백을 종합해보면 그들은 대체로 부지런합니다. 예술가처럼 창조성을 요하는 직업인은 ‘저녁형 인간’이 유리할 수 있으나 회사원은 ‘아침형 인간’이 낫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꼼꼼히 훑어봐야 합니다. 신문에는 지구촌 곳곳의 움직임이 담겨 있고 여러분 회사의 소식도 보도됩니다. 신문의 심층보도와 논평을 읽음으로써 여러분은 사고(思考)의 지평을 넓힐 수 있습니다. 세지마 류조라는 일본인 경영인은 태평양전쟁 때 11년간 소련군 포로가 됐는데 석방 이후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서관에서 11년치 신문을 기사는 물론 광고까지 탐독하곤 탁월한 현실감각을 지니게 됐다고 합니다.
어느 대기업 CEO는 신입사원 시절에 통근버스에 함께 타는 상사에게 그날의 핵심 이슈를 신문에서 읽은 대로 설명해주어 후한 점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꼭두새벽에 출근하는 창업주보다 30분 더 일찍 출근해 눈도장을 찍어 훗날 발탁된 사장도 있습니다.
‘유디스 마이어’식으로 한두개 더 조언할까요? 회식 자리에서의 과음 탓에 이튿날 근무에 지장이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과음 과식을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세요.
아직 직장을 못 구한 ‘이태백’ 친구들을 가끔 불러 식사 한 끼 사주며 격려하는 인간미를 발휘하시고요. 멋진 회사원,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시금 입사를 축하합니다.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