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항공기제작사인 보잉이 한국에 '아시아 허브(hub)' 성격의 연구개발(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으로 밝혀졌다.
보잉코리아 윌리엄 오벌린 사장(사진)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한국에 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미국 본사는 현재 한국을 아시아 지역 R&D센터 후보지 중 최우선 순위(top priority)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보잉은 현재 러시아, 호주, 스페인 등에 해외 R&D센터를 운영 중이며 한국에 R&D센터가 세우지면 보잉의 아시아 첫 R&D센터가 된다.
오벌린 사장은 "한국 R&D센터는 보잉이 아시아 지역에 갖고 있는 여러 지사와 공장에 기술 및 부품을 제공해주는 허브 성격을 띄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항공산업에 우수한 인력과 기술을 갖고 있어 그런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보잉은 R&D센터의 설립지역으로 △고급 인력과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곳 △민간-군수용 항공 수요가 큰 곳 △수십 년간의 거래관계로 해당국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곳 등을 고려 중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R&D센터는 또 연구개발 기능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기술 및 부품 물류(logistics)까지 담당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항공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보잉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보잉의 아시아지역 군수지원센터를 김해공장에 설치키로 합의한 바 있어 R&D센터 건립 가능성은 높다.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한국 투자액을 밝힐 만큼 논의가 진전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2002년 설립된 스페인 '보잉 연구기술(R&T)센터'의 초기투자비가 1000만 달러(116억1000여만원)였던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첫 투자액은 1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보잉은 지난해 프랑스 라팔사(社)와 경쟁 끝에 44억 달러(5조1000여억원) 규모의 한국 차세대전투기(F-X)사업을 따냈으며 최근 2조여원 규모의 한국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