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의 H주(중국기업) 주가지수가 10일 오전 급등세를 보였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중화권 증시가 출렁거렸다. 특히 홍콩 H주 지수는 한때 지난 주말에 비해 4.76% 오른 4,992.96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오후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중화권 증시의 등락은 중국이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위안(元)화 환율 변동폭 확대 문제 등을 의제로 비공개리에 개최한 금융공작회의가 주된 요인이었다.
위안화 평가절상과 관련한 중대 발표설이 장에 나돌면서 중국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지수가 강세를 보였던 것. 특히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지난 주말 미국플로리다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연한 환율시스템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이후 또다시 국제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터였다.
하지만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회의 개막사가 증시 급등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원 총리는 "점진적으로 위안화 환율 형성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합당하고 균형잡힌 수준에서 위안화 환율의 기본적인 안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당분간 환율 변동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9일 재경시보의 '빠르면 다음달 위안화 가치를 5% 평가절상할 것'이라는 8일자 보도를 부인한 것과 맥을 같이 한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잇따른 부인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은 기정사실이며 다만 시기 문제일 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중-미 무역역조 현상이 심화될 전망인데다, 수출과 투자유치 증가 및 핫머니 유입 등으로 늘어난 외화 흡수를 위해 위안화를 시중에 풀면서 과열투자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당장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달러화 약세로 위안화의 저평가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수출이익이 급감하는 등 경제적 부작용이 나타나는 6, 7월 경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