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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쟁점]서울시청앞 광장 조성사업

입력 | 2004-02-11 18:44:00

서울시청 앞 광장 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인 ‘빛의 광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청 앞 광장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가 현상설계공모 당선작대로 광장을 꾸미지 않고 평범한 잔디광장을 만들기로 계획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지난해 1월 당선작을 뽑았으나 최근 시간상 기술상의 이유를 들어 당선작대로 광장을 조성하는 것을 보류했다. 시는 그 대신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리는 5월 이전까지 시청 앞에 잔디를 심어 광장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건축계는 “설계 공모 당선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선작의 내용=지난해 당선된 설계안의 이름은 ‘빛의 광장’. 빛 유리 모니터로 구성된 새로운 개념의 광장 설계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광장 바닥 가운데에 깊이 30∼50cm, 가로 세로 약 40×60cm의 구덩이 2000여개를 파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를 설치한 뒤 강화유리로 덮는다.

광장의 나머지 공간은 돌과 나무판으로 깐다. 광장 동쪽에 우윳빛 강화유리로 높이 15m, 지름 2.4m의 원통형 ‘빛의 기둥’을 설치한다. 광장 동서쪽 주변엔 높이 4m, 길이 12m, 폭 2.4m의 서비스 스테이션을 4개씩 세워 화장실 스피커 벤치 공중전화 자동판매기 안내판 카페 등이 들어서도록 되어 있다. 또 소공로 입구엔 음악분수가 들어선다.

▽“기술상 문제로 당선작 보류”=서울시는 LCD 모니터 기증 및 유지관리상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당선작을 보류하고 장기적인 검토를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그 대신 하이서울페스티벌이 열리는 5월 이전에 53억원을 들여 잔디광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시는 “조만간 시청앞광장조성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선작 포기에 따른 보상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어 보류가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원안대로 추진해야”=당선작 설계자인 인터시티건축사사무소는 “광장 조성에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없고 모니터 기증 문제도 적극적으로 나서면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시청앞광장조성위원회의 강병기 위원장은 “서울시로부터 공식 연락을 받지 못해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선작을 따르지 않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당선작은 유례가 없이 좋은 설계안이다”고 말했다.

한 건축가는 “올해 잔디광장을 만든 뒤 그것을 없애고 설계안대로 광장을 다시 조성하겠다는 말인데 없어질 잔디광장에 53억원을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선작에 따라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