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安熙正) 노무현 후보 정무팀장에게 (감세 청탁을) 상의한 적은 있지만,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청탁을 의뢰했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문병욱·文丙旭 썬앤문그룹 회장)
“노 후보가 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에게 두 번 전화했다는 것은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문 회장에게서 들었다.”(김성래·金成來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
1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불법대선자금 청문회는 썬앤문그룹의 감세청탁 의혹을 둘러싸고 당사자인 문 회장과 김 전 부회장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처음 감세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하던 문 회장은 안씨에게 ‘지나가는’ 말로 감세청탁을 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안씨와 상의했다” “안씨에게 부탁했을 때는 감세될 가능성이 낮았다”는 식으로 한발 물러섰다.
반면 김 전 부회장은 전날 국세청 청문회 때보다 더 생생한 정황을 들이 댔다. 그는 “문 회장으로부터 노 후보가 손 전 청장에게 전화했다는 말을 듣고 이를 전 국세청 과장 홍모씨에게 전하자 그가 ‘그렇다면 손 전 청장에게 최종 세액을 결정하기 위한 담판을 짓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문제의 ‘노’자가 적힌 썬앤문그룹 세금추징관련 서류인 ‘빅토리아 호텔(문 회장 소유) 등 조사진행 보고’를 열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류에는 ‘실적 171억7500만원, 조정안 71억1400만원’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25↓’와 23∼25라고 적혀 있는데 그 옆에 ‘노’자가 연필로 적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노’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자로 (71억원이 23억원으로 줄어든 뒤) 언제든 지울 수 있도록 연필로 쓴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감세청탁과 관련해 문 회장이 2002년 12월 7일 김해관광호텔에서 노 대통령측에 제공한 정치자금의 규모와 전달 방법 등을 놓고도 문 회장과 김 전 부회장은 엇갈렸다. 문 회장은 “3000만원을 백화점 쇼핑백에 담아 노 후보 옆에 있던 여택수(呂澤壽) 수행비서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전 부회장은 “1억원으로 추정되는 백과사전크기의 돈 뭉치를 신문지에 싸 백화점 쇼핑백보다 큰 흰색 비닐에 담아 당시 2층 소회의실에서 TV 토론을 준비 중이던 노 후보에게 전했다”며 반박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에서 국세청 내부 문서에 적힌 ‘노’자가 화제가 됐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왼쪽)은 “손으로 쓴 ‘노’자가 ‘노무현의 노’자로 썬앤문그룹에 대한 노무현 대선후보의 감세 청탁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은 안희정 전 노 후보 정무팀장에게 지나가는 말로 감세 부탁을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경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