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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전市-홍성郡 '이응노 미술관' 유치전

입력 | 2004-02-11 22:07:00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1904∼1989) 화백의 탄생 100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인 충남 홍성과 초기 작품활동 무대였던 대전에서 각각 기념 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미술협회 홍성군 지부는 6월 미술단체 관계자들과 화가, 대학교수 등이 참석하는 ‘이응노 화백 미술관 건립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어 공감대를 형성한 뒤 미술관건립추진위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고암의 고향은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이다.

이 단체 앞으로 미술관 건립 부지 선정 및 작품 전시 계획 등을 고암의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한 뒤 문화관광부와 충남도, 홍성군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박수근 허백련 김기창 등 많은 유명 화백들의 경우 자신 또는 아내의 고향에 미술관이 건립됐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고암이 초창기 대전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대전교도소에 복역한 인연을 내세워 대전시립미술관 인근에 ‘이응노 화백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기 때문.

대전시는 이미 지난달 초 고암의 유족을 초청, 미술관 건립 문제에 대해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고암이 국내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그의 작품 활동과 인연이 있는 대전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역 미술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역 미술계에서는 “미술관 유치전으로 자칫 고암을 기리는 의미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암은 한국적 고유의 필묵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에 투철한 작품 활동을 펼쳐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고국으로 강제 소환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