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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보고 말이라네..." 동원 김재철 회장

입력 | 2004-02-12 17:39:00


12일 열린 ‘동원그룹의 노무현 캠프 50억원 대선자금 제공의혹’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과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민주당 김경재 의원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50억원 제공설 보다는 동원측의 수협 대출 문제와 동원측과 썬앤문그룹의 양평TPC골프장 매각 문제 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동원이 정치자금 50억원을 (노 후보에게) 제공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서 (청문회에) 나왔더니 이 얘기는 없고, 다 지난 회사 일만 질문해 괴롭다”며 반박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김 회장의 일문일답.

김경재 의원=특혜를 받아 수협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한 뒤 동원증권과 동원캐피탈을 운영하며 비싼 이자를 받아가며 돈놀이를 한 것 아니냐.

김재철 동원산업회장=동원은 그런 돈이 아니어도 돈이 많이 있다.

김 의원=양평TPC골프장에 담보대출을 해준 뒤 경영난으로 어렵게 되자 동원개발이 대지개발을 만들어 썬앤문그룹 문병욱 회장에게 (골프장을)넘겼다. 문 회장의 동생 병근씨가 대지개발 대표이사다. 문 회장과 (연결) 고리가 있나.

김 회장=문병욱 회장을 한번도 본 일이 없다. 골프장 매각 건도 최근에 알았다.

김 의원=계열사에서 돈을 빌려줬다가 회수하기 위해 골프장을 경락시킨 것을 4년이나 지나서 알았다는 걸 누가 믿겠는가. 동원캐피탈과 썬앤문이 관계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인가.

김 회장=회사가 10여개가 있어 그런 일을 일일이 알 수 없다. (당시)관계있던 골프장이 7개나 됐고 무역협회장을 맡아 동원 일은 보지도 않았다.

김 의원=김 회장이 해양수산부 장관 감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노 대통령이 김 회장 저서에 감명을 받았다고 하더라.

김 회장=(노 대통령)그쪽에서 감명을 받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내 책이 화제가 돼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휴가 때 읽었다고 하더라. 왜 그걸 노 대통령과 연결하는가.

김 의원=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시절 (동원이)500억원이상 대출받았다.

김 회장=지금도 동원이 쓰려면 수협에서 수백억원을 쓸 수가 있지만 안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수산회사라 쿼터도 많다.

이후 김 의원이 동원그룹과 썬앤문그룹의 관계, 동원측에서 노 후보에게 제공했다는 대선자금 등에 대해 김 회장이 계속 거짓으로 증언하고 있다고 추궁하자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김 회장은 “김 의원이 잘못된 제보를 근거로 나를 다그치고 있다”면서 “청문회는 '들을 청, 들을 문' 다시 말해서 증인으로부터 듣는 것인데 나에게도 말할 기회를 달라”고 큰 소리로 요구한 뒤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긴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지록위마(指鹿爲馬)까지 들먹이며 김 의원을 향해 일장훈시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