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여자농구]망했습니다…박명수 감독 때문에

입력 | 2004-02-12 18:15:00


여자농구 대표팀 ‘실미도’같은 지옥훈련

‘웬 루돌프 사슴코?’

11일 우리금융그룹배 2004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현대-삼성생명전이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 현대 김영옥의 코가 루돌프 사슴코처럼 빨갰다. 술도 안 마시는 여자선수 코가 왜 빨갛지?

“너무 힘들어요. 체력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요즘은 아예 바닥이 났다니까요. 어떻게 뛰는지 모르겠어요.”

술 때문이 아니라 몸이 피곤하다보니 코가 헐어 빨개졌다는 하소연이다.

국가대표 4인방(변연하 이미선 박정은 김계령)의 호화멤버를 갖고도 이날 현대에 진 삼성생명 박인규 감독도 한마디했다. “중요한 고비에서 주전들이 맥을 못 쓰니….”

모두 체력 타령이다. 그것도 한결같이 대표팀 때문이란다. “대표팀 훈련이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강훈련을 받아보긴 처음이었어요.”

▼관련기사▼

- 박영조-고병훈-김철용 '독사감독' 악명

변연하 등 팀 기둥들 녹초… 각팀 감독 볼멘소리

도대체 대표팀에서 무슨 훈련을 어떻게 시켰을까.

지난해 11월 17일 시작해 아시아선수권대회(1월 13∼19일)까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여자농구 대표팀 훈련 스케줄을 보자. 우선 오전 훈련 4시간 가운데 2시간 이상이 웨이트트레이닝. 오후엔 찰고무밴드를 다리와 어깨에 걸고 몸을 펴는 힘기르기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치를 떤 ‘지옥훈련’은 매주 한 차례. 불암산 언덕 10회 왕복-톱밥길 10회 왕복-태릉선수촌 트랙 10바퀴 코스였다. 그러다 보니 “뛰다가 토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는 게 선수들의 말.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명수 감독(우리은행)은 ‘체력 신봉파’. ‘기술보다 정신력, 정신력보다는 체력이 먼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며느리가 새벽에 아궁이 불씨를 꺼뜨리면 게으르다고 야단을 맞았다. 이런 정신으로 우리은행 체육관에는 새벽에도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훈련양의 60%는 체력훈련. 오전 5시반에 기상해 6시에 슛 연습을 하고 오후 9시반까지 4차례에 걸쳐 훈련한다. 다른 팀보다 일찍 일어나고 하루 훈련 횟수도 1회 정도 많다. 최근 우리은행 성적이 좋지 않자 박 감독은 삭발을 하고 나타났다. 안 그래도 호랑이 같은 감독이 머리까지 깎고 다그치니 우리은행 선수들은 죽을 맛.

겨울리그 성적 대표선수 수와 반비례

대표선수들의 체력 저하는 겨울리그 판도와 무관치 않다. 대표선수 수와 성적이 반비례하는 것. 대표선수가 한 명뿐인 국민은행과 금호생명이 각각 1위와 공동 2위에 올라있는 것이 그 예다. 반면 최강멤버인 삼성생명은 공동 2위로 처져 있고 대표선수가 3명씩인 우리은행과 현대도 공동 4위.

대표팀에서 가드를 맡았던 김영옥은 “1라운드엔 승부보다는 체력을 되찾는 데 신경을 썼다”면서 “다른 팀에 있는 대표선수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