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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머니 파문’ 확산]“大選직후에도 10억 전달”

입력 | 2004-02-12 18:54:00


《‘굿머니 게이트’가 터질 것인가. 12일 열린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서는 굿머니의 30억원 노무현(盧武鉉) 캠프 제공 의혹을 일부 뒷받침하는 증언이 나왔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문회에서 규명하지 못한 내용은 특검을 도입해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며 이 사건의 이슈화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문은 갈수록 확산될 조짐이다.》

▽충격적인 증언 내용의 허와 실=굿머니 모집책인 김진희씨의 증언 요지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굿머니측이 총 30억원의 정치자금을 노 캠프에 전달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씨가 증언한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전문(傳聞)이어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씨는 “500억여원의 큰돈이 움직였는데 위에서 ‘뭔가’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증언하지는 못했다.

또 김씨의 증언 가운데는 명확치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 그는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는 “2002년 12월 말 굿머니 김영훈 사장이 직원과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김 사장이 ‘어느 분’한테 손을 써놨다고 하더라”며 ‘어느 분’이 신계륜 의원인 것처럼 증언했다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질의 때는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다. 대화내용도 말하지 않겠다. ‘어느 분’은 신 의원이 아니다”고 말하는 등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감사하다’는 전화를 했고, 당시 노 대통령의 감사 전화 육성을 담은 6장의 CD가 있다는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도 “모른다”고 했다가, 청문회 후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 장을 갖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2002년 11월 말과 12월 말 두 차례 2억원씩 5개(10억원)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김 사장에게 전달하는 것을 직접 봤다. 대선 후 신 의원에게 건네졌다는 얘기를 직원들에게 들었다”고 말하는 등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해 ‘실체’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금융감독원이 굿머니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을 즈음 김 사장과 신 의원, 금감원 관계자 등 3명이 모 한식집에서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신 의원이 금감원 조사 무마 노력을 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굿머니 모집책 김진희씨. 이날 김씨는 세련된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로 능수능란하게 의원들의 질문에 답해 눈길을 끌었다. -서영수기자

▽긴장하는 정치권=정치권은 “30억원 제공설의 진위 여하에 따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30억원 제공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무현 정권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고,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무책임한 허위 폭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민주당이 고스란히 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조 의원은 “김씨가 알고 있는 것은 전체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굿머니의 30억원 제공설을 확신했다.

반면 신 의원은 이날 “김 사장과는 아는 사이다. 만난 적도 있다. 전화통화를 한 적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 1원도 받지 않았다”며 불법 자금 수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무튼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 사장은 잠적한 상태여서 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한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