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오른쪽)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사전 대비를 충분히 한 듯 비교적 여유 있게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비켜갔다. -서영수기자
“고3 때 국립 5·18묘지를 참배했으며 ‘앞으로 광주를 잊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저의 부주의를 이유로 열심히 살아온 젊은 사람들(386세대)을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전 실장이 불법 대선자금 비리에 연루되면서 ‘386세대’의 이미지와 국민의 기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론을 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대선 당시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비도덕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선 자료까지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이 “문 회장의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노 대통령 앞에서 ‘수표입니다’하며 1억원을 이 전 실장에게 건넸다고 한다”고 말하자, 이 전 실장은 “노 대통령이 그 자리를 떠난 다음에 (내가) 받았다”며 부인했다.
이 전 실장은 “대한민국 정치인이 노 대통령에게 적어도 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노 대통령은) 2001년 8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카드가 연체되는 상황이 12번이나 있었다”며 관련 자료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이 전 실장은 또 “노 대통령의 후보 공보특보였던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이 ‘대선 이후 노 대통령 주변에 돈벼락이 떨어졌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의 질문에 “‘이혼’한 뒤 저주를 퍼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받았다. 한편 이 전 실장은 청문회 참석을 위해 11일 변호인과 ‘실전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