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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청둥오리야, ‘장학금’은 먹지마

입력 | 2004-02-12 22:37:00


“철새 때문에 불우학생 장학금이 사라져요.”

경기 파주시 농업경영인회 소속 농민들이 급격히 늘어난 청둥오리가 보리밭을 ‘공격’하고 있어 보리 수확 후 지역 불우학생들에게 지급할 장학금이 사라지게 됐다며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이 모임 소속 농민 33명은 2000년 문산천 하천부지인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일대 5000여평을 공동경작하면서 겨울 보리로 얻은 이익을 장학금으로 지급해 왔다.

매년 50만원씩 4명의 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했고 남은 수익금은 적립해 왔다.

그러나 매년 조금씩 늘어나던 청둥오리가 올해는 임진강 지류인 문산천까지 수천마리씩 출현해 싹이 올라온 보리들을 먹어치우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보리 수확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라며 농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농민들은 공포탄을 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철새 보호를 위해 파주 일대에서 먹이주기 행사까지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우려해 아직 실행은 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인회는 파주시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지만 시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모임 안병철 회장(46)은 “철새도 보호해야겠지만 당장 아이들 장학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큰 걱정”이라며 “철새와 불우학생 모두가 살아가는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