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정찬용(鄭燦龍) 인사수석비서관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 등에게 총선 출마를 사실상 권유했던 것으로 밝혀져 청와대의 막판 ‘총선 올인’ 전략에 노심(盧心)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12일 “노 대통령이 최근 개각에 앞서 강 장관에게 ‘당에서 저렇게 나가라고 하는데 한번 출마하지 그러느냐’고 말했다”면서 “정색하고 한 얘기는 아니었지만 노 대통령이 출마를 원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들게 한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 수석뿐 아니라 총선 불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정 수석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이 ‘출마 한번 하지 그러느냐’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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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제의를 받은 각료들과 청와대 수석들은 대부분 고사의 뜻을 밝혔으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출마하라는 ‘우회적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란 점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사퇴한 문 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출마권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으로 출마하라고 명시적으로 한 적은 없지만 근래 들어 나와 정 수석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 출마를 바라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이에 앞서 “2, 3일 전 노 대통령에게 사퇴의사를 밝혀 승낙을 받았다”며 “그러나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고 총선 때 열린우리당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문 수석의 후임에 검찰 출신인 박정규(朴正圭)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호철(李鎬喆) 민정비서관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으나 노 대통령의 만류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