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인생지도/게일 쉬히 지음 형선호 옮김/421쪽 1만3000원 황금가지
“예전에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40대 중반에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많은 남자들이 50대를 무난히 넘기고 60대에 안정적인 은퇴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중년 이후에도 30년 이상을 살아야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중년이후의 확실한 삶은 보장돼 있지 않다.”
저자는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작가로 알려진 게일 쉬히. 중년의 남편을 둔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남성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지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인들은 전보다 훨씬 더 느리게 늙는다. 이제는 사춘기가 20대까지 연장된다. 성인이 되는 시기도 스무 살이 아니라 서른 살이다. 중년기는 마흔 살이 아니라 쉰 살에 시작된다고 봐야한다. 60대에도 반드시 은퇴를 해야 한다는 법칙이 없다. 성 전문병원에는 70대, 80대 혹은 90대의 남자도 많이 찾아와 섹스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이 책은 ‘사오정’ ‘오륙도’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에도 ‘중년 남성의 삶’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인생지도를 디자인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는 40대와 50대, 60대 등 10년 단위로 다양한 계층의 중년남자 100명을 심층면접해 그 해답을 찾아나간다.
저자는 자신이 만난 남자들 중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한 연령층은 60대나 70대가 아니라 40대라고 말한다. 40대는 인생의 절정기이지만 또한 처음으로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머리가 빠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수 없다”는 자기 통제력의 상실을 경험한다. 그리고 많은 남자들이 40대에 마라톤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남성 폐경’ 문제의 본질과 치료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다. 여성들의 성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이 말은 요즘 중년의 남자들도 급격한 육체적 성적 능력 쇠퇴를 경험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임신과 출산 경험을 통해 몸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변화에 익숙해 있지만 남성들은 그 충격에 두려워 떨기만 한다.
중년의 남자에게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시련이 닥친다. 실직, 이혼, 부모의 사망, 아이들의 독립, 동료의 죽음 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폭풍우를 만난 나무는 큰 가지 하나를 잃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규칙을 만들고, 남성다움의 정의를 다르게 세우고, 막 학교에 들어간 신입생처럼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배우라고 말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