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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책의향기]'…대중음악의 큰별들' 펴낸 임진모씨

입력 | 2004-02-13 17:35:00

안철민기자acm08@donga.com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음악가들은 그냥 가수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를 전하는 예술사상가들이었죠.”

음악평론가이자 팝칼럼니스트인 임진모씨(45)가 한국 가요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음악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우리대중음악의 큰별들’(민미디어)을 펴냈다. 월간 ‘신동아’ 등에 연재됐던 이 글들에는 패티김 신중현 송창식 한대수 양희은 조용필 심수봉 이선희 김건모 윤도현 등 26명의 대중음악가들이 겪었던 시대상황과 음악적 성취에 대한 고백이 실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수들을 한번도 제대로 된 대중예술가로 평가해주지 않았습니다. 가요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확보되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직접 인터뷰가 1차 사료(史料)로 남을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는 ‘가요평론집’이라면 맘대로 쉽게 썼겠지만 가수 자신의 사실 증언을 통해 음악사를 정리해야 하는 인터뷰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술회한다. 기자 출신 음악평론가로서 임씨는 대중음악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계보도를 추적하거나, 가수로부터 노래에 숨은 시대적 울분을 이끌어내기도 하면서 인터뷰를 흥미진진하게 진행해간다.

상업주의를 떠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집요하게 구축해나간 송창식과 김수철의 고집, 김민기의 음악적 페르소나였던 양희은이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던 사연, 패티김과 심수봉 주변을 떠돌던 소문에 대한 명쾌한 직접 해명 등을 책 속에서 들을 수 있다.

임씨는 현재의 가요계에 대해 “대중에게 어떤 음악을 들려줘도 신선함을 못 느끼는 ‘음악적 중세기’”라고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소리바다’ 등 정보화가 몰고 온 변화에 음반산업이 타격을 입은 것도 그 한 이유지만, 궁극적으로는 들을 만한 좋은 음악이 없어서 ‘한국가요의 중세’가 초래됐다는 것. 그런 위기의식을 담아 그는 거장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가요계의 현재와 미래를 묻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에 대한 이정선의 답은 시사적이다.

“음악 측면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이 희망적일 수도 있어요.… 특히 인디에게 기대를 걸어요. 변화의 샘이라는 의미에서. 그런데 좀 이상한 게 있어요. 더러 인디 공연장에 가보면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튜닝’조차 안 되어 있어요. 뭐든지 기본은 있어야 하거든요.”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