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평가전을 하루 앞둔 1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몸을 푸는 축구대표팀. 울산=뉴시스
13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2시간 가까운 훈련이 끝나자 선수들은 땀범벅이 됐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조세 아우구스투 체력담당 코치의 지시에 따라 다시 운동장을 달려야 했다.
“팀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에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죽을힘을 다해야 합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뛴 선수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김남일(전남)은 “주전으로 자리 잡으려면 온몸을 던져야 할 것 같다”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움베르토 쿠엘류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4)이 변했다. 더 이상 ‘마음 좋은 아저씨’가 아니다. ‘호랑이 감독’ 소리를 들을 만큼 혹독한 조련사가 그의 새 모습이다.
“대표선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그는 10일 대표팀을 소집하자마자 이렇게 선언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포지션별로 2명의 주전을 만들겠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확실한 주전이다”라는 말로 군기를 잡았다.
소집 이튿날 실시한 체력테스트에도 쿠엘류 감독의 복안이 깔려 있었다. 능력과 컨디션을 데이터화해 선수들을 휘어잡겠다는 의도.
안정환(요코하마), 김남일, 설기현(안데를레흐트), 박지성(아인트호벤), 이운재(수원), 최진철(전북)은 2002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이 쟁쟁한 스타들도 쿠엘류 감독의 표적이 됐다. “대표팀에 남을지 떠날지 확실히 하라”고 강펀치를 날린 것.
김영광(21·전남), 김두현(22·수원), 최원권(23·안양) 등 ‘젊은 피’를 대거 발탁한 것 또한 달라진 쿠엘류 감독의 면모를 보여준다. 무한경쟁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웃집 아저씨’가 왜 갑자기 ‘헐크’로 바뀌었을까. 무엇보다 ‘내 코가 석자’이기 때문. 2006독일월드컵 지역예선과 아시안컵대회를 앞두고 지난해처럼 베트남 오만 등 약체 팀에 졌다가는 자리 보전이 힘들다. 안 그래도 경질론이 대두되고 있는 마당이다.
여기에 포르투갈을 2000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으로 이끌고 모로코를 아프리카 최강팀으로 끌어올린 자존심도 빼놓을 수 없다. 8월이면 그의 임기가 끝난다. 더 이상 한국에서 별 볼일 없는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각오.
쿠엘류 감독은 14일 오후 7시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평가전에는 해외파를 대거 투입해 최강 진용을 구축할 전망. 안정환을 최전방 스트라이커, 차두리(프랑크푸르트)와 설기현을 좌우 날개,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해 지난해 오만에 당했던 1-3의 패배를 설욕한다는 작전이다.
“나에게 더 이상 패배는 없다”고 선언한 쿠엘류 감독. 그 변신의 ‘약발’을 기대해 보자.
울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