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투리문화가 요즘 아이들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의 저자 이춘희씨(38)는 ‘잃어버린 자투리문화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리즈의 인기비결을 “옛 아이들의 놀이와 풍습이 요즘 아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는 지난해 6월 나온 첫 권 ‘똥떡’이 6개월 만에 3만부가 팔린 것을 비롯해 ‘꼴 따먹기’ ‘싸개싸개 오줌싸개’ ‘고무신 기차’가 각각 1만부 이상 팔렸다.
지난달 출간된 ‘야광귀신’ 역시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 이달 말에는 어른들의 투계를 흉내 낸 아이들의 ‘쌈닭’이 나온다.
‘국시꼬랭이’는 국수꼬리를 뜻하는 경북지역 토박이 말.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국수를 만들 때 두 끝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잘라낸 자투리다. 불에 노릇노릇 구워 고소한 맛이 나는 국수꼬리는 아이들에게 둘도 없는 과자이기도 했다.
경북 봉화군 물야면 거북꼬리 마을에서 태어난 이씨는 이같이 자투리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고 1970년대 초 고향마을에 대한 기억이 뚜렷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여섯 살에서 일곱 살 때 마을에서 아이들과 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땐 그래도 우리의 자투리문화가 많이 남아있었어요. 논두렁에 앉아 풀을 뜯던 일이나 큰 신발을 신고 과수원 길을 걷던 일이 어제 같아요.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이기도 하고요.”
‘과수원 집’ ‘이장 집’이라 불리던 이씨 집안은 미래의 이야기꾼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할머니(90)는 끊임없이 이씨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방이 없어서가 아니라 복닥거리는 것을 좋아했던 2남4녀는 한방에 모여 이불을 이리저리 끌어당기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안동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방송국 다큐멘터리 구성작가가 되기 전까지 고향마을에서 멀리 떠난 적이 별로 없다. 그 뒤에도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아버지(66)와 어머니(59)를 졸라 옛날이야기를 받아 적고 녹음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도서대출 담당으로서 도서관의 책들을 보며 책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리즈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아무리 써도 속에서 끊임없이 샘솟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고향의 어른들에게 당신들의 살아온 삶이 보잘 것 없어도 이 시리즈에 담겨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은 충격이고 기쁨이었지요.”
시리즈 30권을 기획하고 있는 출판사 언어세상은 4월 말부터 자투리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씨는 “다른 나라 어린이들에게 옛날 우리 아이들의 삶과 놀이를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수출하고 싶다”고 올해 소망을 밝혔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